코픽스 연중 최고점 기록...고금리 행진에 은행 조달금리 상승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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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그로우 이연진 기자]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또 다시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고금리'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때 6% 초반대까지 내려갔던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7% 벽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최고 7%를 넘어선 가운데 대출금리 산정을 좌우하는 예금금리 및 은행채 금리 또한 연달아 오르고 있어 주담대 금리가 연내에는 8%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수요자들의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신규로 주담대를 받으려는 차주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 할 가능성이 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17~7.12%로 상단 7%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첫 영업일(4.09~6.93%)과 비교해 상·하단 각각 0.19%포인트, 0.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 4월 상단이 6.22%까지 내려왔던 주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은 17일부터 일부 변동형 주담대의 금리를 최대 0.16%포인트 인상 조정했다. 전날(16일) 발표된 코픽스 금리 상승에 따라서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이달 코픽스 상승에는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채권시장 경색 이후 최고 5% 수준을 넘어섰던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올들어 3%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다시금 연 4%대를 회복하는 등 인상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올 1월초 상단 8%대를 넘어선 바 있다.

문제는 금리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통상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심리가 위축돼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이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마련한 기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면서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심리 악화로 시장이 경색된다. 

실제로 내집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10명 중 6명은 지난해보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이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직방 앱 접속자 716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대출(매입, 전세금, 임대료) 관련 모바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자 부담이 2022년보다 늘었다는 응답이 58.1%에 달했다. '변동없다' 31.5%, '줄었다' 응답은 10.4%이다. 서울 거주자가 이자 부담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70.2%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약 10억원에 달해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이자율 기준으로는 4%이상이 58.4%로 과반을 넘었다. 지난해 46.6%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자율 구간별로는 '3% 미만'이 2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4~4.5% 미만(13.3%) △6% 이상(12.9%) △5~5.5% 미만(12.5%) △5.5~6% 미만(10.4%) △3.5~4% 미만(9.3%), 4.5~5% 미만(9.3%) △3~3.5% 미만(6.5%)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경매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는 216건으로,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 3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한 달 전(190건)과 비교하면 13.7% 증가한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경매진행 건수는 매월 두자릿수에 그쳤지만 지난해 10월(107건) 100건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달 처음으로 200건대를 넘어섰다.

또한 지난달 임의경매를 통해 진행된 아파트 경매 건수만 912건으로 전월 대비 11.9%나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부동산 담보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진행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고금리가 지속하고 대출규제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에 비해 이자율 변동이 생기고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내집마련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가 거래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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