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노총에 경사노위 복귀 요청
한노총, 경사노위 탈퇴 5개월 만에 복귀
핵심 현안 담보 없이 복귀해 우려 '솔솔'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대통령실이 1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에 손을 내밀었다. 한노총이 노조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반발,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지 159일 만이다. 대통령실의 요청에 한노총도 복귀를 약속했다.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 시간 관련 대면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근로시간 제도는 국민의 생활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순 없다"면서 "노동 현장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한노총을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노동계의 대표 조직"이라고 평가하면서 경사노위 복귀를 요청했다. 한노총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께 양대노총으로 꼽힌다.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 대화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지난 6월 노총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 등을 이유로 약 7년5개월만에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 대변인은 "한노총이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석을 중단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노총이 조속히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근로 시간 등 여러 현안을 함께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을 "안타깝다"고 표현하면서 지난 1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동명 한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국가적 이슈와 시급한 현안에 대해 언제든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하고 협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변인은 "한노총이 책임 있는 사회주체로서 전향적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  "근로시간제도는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산 고령화 등 중요한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 단절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180도 달라진 입장을 내놓자 한노총은 '복귀'로 응답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 사회는 급격한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중동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저성장 쇼크의 장기화 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한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한노총이 경사노위를 탈퇴했을 때도 강경 기조는 유지했었지만,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태도를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포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노동계가 요구해 왔던 핵심 현안에 대한 담보 없이 복귀를 결정한 것은 섣불렀다는 지적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노동개혁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한노총의 복귀가) 의아하다"면서 " 한노총의 (경사노위) 복귀가 (노동계에) 어떤 득실을 가지고 올진 모르겠지만, 때론 참여한다고 한들 아무것도 얻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6~8월 석 달간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방문 면접 방식으로 설문한 '근로 시간 제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 시간 개편 전면 재검토 돌입 이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유연화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정책 방향을 '전체 유연화'로 잡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힌 뒤 '일부 업종·직종 유연화'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세부 방안에 대해선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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