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해외시장 공략 위해 법인설립 이어져
지급결제·자동차 할부 등 다양한 상품 판매
초기 기반 다지고 사업전략 확실히 갖춰야

태국 입국 환영 입간판을 지나는 여행객. 사진=연합뉴스.
태국 입국 환영 입간판을 지나는 여행객.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조달 금리 상승 등 업황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아직 불모지인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고 자사 직원을 파견하며 '새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상업자표시카드(PLCC) 역시 잇달아 출시하며 여행객들과의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이 국내에 국한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동남아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미국발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초기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해외법인마다 현지 상황에 맞는 사업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3분기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들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8626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누적 당기순이익도 2조78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530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실적은 매년 악화되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조달 비용까지 크게 늘면서 개선의 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7년 이후 14차례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판매는 물론 대부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라며 "국내 영업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블루오션' 해외에서 방안 찾기 몰두

국내 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카드사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를 더욱 집중공략하고 있다. 동남아는 여전히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고 현금 소비율이 높은 국가로 알려졌다. 지급결제, 자동차 할부 금융 등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업계에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6개국 인터넷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전자결제 등 디지털금융 수익이 2025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신한·KB국민·롯데·우리·BC카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5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동남아 현지법인 순이익은 1년 전(약 167억)보다 37% 성장한 228억7910만원을 기록했다. 약 10년 전부터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한 카드사들은 △자동차·오토바이 할부금융 △리스 △고신용자 대상으로 한 소액 신용대출 등의 사업이 실적을 거뒀다.

이와 더불어 카드사들은 해외여행 관련 업체들과 PLCC를 잇달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우리카드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아코르 그룹과 협업한 PLCC를 이달 말 출시할 계획이며, 신한카드는 글로벌 페이먼트 사업자인 라인페이와 제휴해 대만 내 50만개 이상의 라인페이 가맹점에서 신한카드 앱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QR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대만 내 50만개 이상의 라인페이 가맹점에서 신한카드 앱으로 라인페이의 QR을 이용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며 "이번 서비스가 대만 여행객의 현금 거래 불편함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사들의 해외 진출에 지원 사격을 해주는 분위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월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새롭게 발전할 신흥국 시장에서 경험이 풍부한 우리 여신전문금융회사가 결제시스템 제공과 자금공급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페이먼트 사업자인 라인페이와 제휴를 맺은 신한카드. 사진=신한카드.
글로벌 페이먼트 사업자인 라인페이와 제휴를 맺은 신한카드. 사진=신한카드.

◇ 기초체력 갖추고 맞춤 사업전략 필요

국내에 국한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뤄진 해외 진출이지만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동남아 시장에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투자보단 체계적인 초기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초기 기반이 확실한 은행계 카드사들이 진출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은행과 연계된 사업을 통해 해외 신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해외법인에 맞는 사업전략을 통해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로의 진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하나카드의 경우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하나카드는 아직까지 일본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일본에 진출한 하나카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경쟁력만 갖추기만 한다면 '캐ㅇ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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