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0개월 지났지만 현대카드 제외 0
'긴축 경영' 들어가면서 도입 힘들어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애플페이 외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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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올 초 국내 카드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애플페이가 예상과는 달리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카드시장에 진입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와의 협업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일부 카드사와의 제휴가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경기 악화로 인해 카드사들이 실적 방어에 실패하면서 애플페이 등 추가 사업을 벌일 여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사들도 수수료·단말기 보급 등 여러 문제가 해결돼야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사용할 수 있는 카드사가 너무 제한적이라며 애플페이의 범용성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신한·KB국민·BC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과 애플페이 출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해당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애플페이 도입도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애플과 서비스를 준비하면서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했던 과거 현대카드와 같이 일부 카드사들의 추가 진입이 조용히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는 지난 3월 21일 국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었지만 일부 카드사들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대카드 독점 형태로 도입됐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선점 효과를 통해 빠르게 신규 가입자를 늘리며 업계 3위사로 올라섰다. 실제 애플페이 도입 후 현대카드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1135만명에서 지난달 1197만명으로 62만명 늘었다. 동 기간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회원 증가 폭이 15만명에 그친 데 비해 확실한 성장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데 대해 애플페이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라며 "현재 애플페이와 제휴를 맺고 있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보니 독점효과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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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애플페이 도입 어려워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줬음에도 타 카드사들은 △실적 악화 △높은 수수료 △단말기 부재 △교통카드 기능 부재 등을 이유로 애플페이 도입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화제성은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애플페이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도 회원 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순이익 증가 폭은 아쉬웠다. 현대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6% 성장에도 순이익 규모는 8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여전히 5위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도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진출을 막는 원인 중 하나다. 애플페이 도입 시 신용판매 비율·회원 수 확대 측면 장점 대비 총비용을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카드 3분기 누적 순이익(2724억원)은 전년 동기(3523억원)보다 22.7%, 삼성카드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301억원으로 같은 기간 약 5.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각각 1180억원, 1274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1%, 23.1% 감소한 수치다.

카드사 관계자는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올해는 물론 내년 초반까지는 신사업보단 내부 경영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수수료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수수료로 건당 0.15%를 애플에 지불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최고 수준의 수수료율이다.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별 수수료를 살펴보면 미국은 건당 최고 수수료 0.15%를 지불하고 중국과 이스라엘은 각각 0.03%, 0.05%가 부과되고 있다.

또 애플페이가 도입되고 국내 근거리 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순차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NFC 단말기 보급률이 1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국내에서 교통카드 등 기능이 없는 것도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카드사 관계자는 "교통카드 기능이 카드사에 가져다주는 수익이 크지 않지만 카드 결제 기능의 범용성 면에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카드고릴라가 진행한 '애플페이에 추가됐으면 하는 기능' 설문조사. 사진=카드고릴라.
카드고릴라가 진행한 '애플페이에 추가됐으면 하는 기능' 설문조사. 사진=카드고릴라.

◇ 애플·카드사 줄다리기에 소비자만 피해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이 점차 미뤄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지속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점차 늘고 있지만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페이 서비스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애플페이를 1~2회 이용해 보고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7.6%로 조사됐다. 애플페이를 아직 안 써본 아이폰 사용자도 전체의 60%를 웃돌았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가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아 결국 현대카드로 변경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카드를 더 만들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애플페이를 쓰지 않게 됐다는 글도 볼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를 사용하는 아이폰 이용자들만 애플페이에 호의적이다"라며 "애플페이 확대를 위해선 수수료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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