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 불가피한 상황에서 총선 겨냥 감세 정책 우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현안 관계 차관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현안 관계 차관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잇따라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감세 정책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감세 정책은 최근 한달간 20여건에 이른다. 세수 결손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국가예산 대비 ‘세수 펑크’ 역대 최대치

지난해 국가예산 대비 ‘세수 펑크’가 역대 최대치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덜 걷힌 세금이 56조원에 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수입 예산은 400조5000억원이었다. 당초 예산 대비 세금이 56조4000억원이나 덜걷힌 것이다. 이는 전년(2022년) 실적인 395조9000억원과 비교해봐도 51조9000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세정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 10조2000억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은 41조7000억원이다.

법인세·양도소득세 큰 폭 감소

정부는 역대급 세수 감소에 대해 기업실적 악화 및 자산시장 위축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3대 세목’으로 불리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중 법인세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법인세는 2022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영업이익 부진으로 전년대비 23조 2000억원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양도소득세도 전년 대비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도 소비 부진으로 인해 7조9000억원 줄어들었고 관세는 3조원 줄었다. 교통세는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면서 3000억원 줄었다.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인하 및 공시지가 하락으로 인해 2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367조4000억원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23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내수 침체가 계속되면서 이같은 예측이 실현될 수 있을지 녹록지 않다. 수출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계속되는 소비 부진과 자산시장 침체, 전쟁 여파 등으로 인한 대외환경 악화는 세입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정부, 최근 한달 간 20여건의 감세 정책 내놔

문제는 정부가 지속적인 감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정부는 약 20여건의 감세 정책을 내놨다. ▲대주주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임시투자 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등이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연간 1조5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고, ISA 세제지원 확대로 2000억∼3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를 내년 0.15% 수준으로 낮출 경우, 오는 2027년까지 10조 원 넘는 세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 및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등도 내년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 완화도 직접 언급함에 따라 이에 따른 세수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감세 정책들로 인해 내년 세수는 최소 2조5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적자 3%↑, 4년 연속 재정준칙 미준수 가능성 커져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수치로 내년 적자 규모가 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나면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게 원칙이다. 감세 정책이 실현될 경우 재정준칙의 상한을 넘어서는 것이다. 올해도 관리재정수지는 91조6000억원 적자로 GDP 대비 3.9%의 적자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내년까지 4년 연속 재정준칙을 준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해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형성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최근 발표된 조세정책 과제들은 투자·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 및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세수'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분간 내수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을 이끌 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감세정책이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질적인 경기부양보다는 재정지출 축소와 총수요 축소 등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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