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요금 인상 가능성 제기…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우려까지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부는 오는 29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현행 휘발유 25% 인하,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37% 인하) 조치를 오는 4월 30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다만 총선이 끝나면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요금이 줄줄이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류세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59조원 세수부족 사태를 감안하면 오는 5월부터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고 국내외 유가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전기·가스요금 등의 에너지 요금과 대중교통비가 줄줄이 인상될 수 있다.

한전·가스公, 재무건정성 악화
‘요금 현실화’에 주력하는 정부

정부는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연장하기 위해 지난 19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인하 전 세율대비 휘발유 리터당 205원, 경유 리터당 212원, LPG부탄 리터당 73원의 가격인하 효과가 향후 2개월간 유지된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예고(2월 19~20일), 관계부처 협의 및 국무회의(2월 27일 예정) 등을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대해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상승하는 기름값을 되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홍해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 원인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총선 이후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정부는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고물가 등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 경감과 연료비 하락이었지만 당시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전력의 총부채는 204조원에 이르고 부채율도 560%를 넘고 있어 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 ‘요금 현실화’에 주력하고 있는 정부의 인식도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시점이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실제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가진 ‘2024년 산업부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이미 전기요금을 5번 올렸고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한국가스공사도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현재 총부채 46조원, 부채율 440%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로, 오는 27일 지난해 실적이 발표될 예정이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실적은 저조한 가스 판매량과 단가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결과에 따라 가스요금이 인상될 수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 상방 요인은 유가이기 때문에 언젠가 유류세를 정상화하면 물가 상승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내수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기보다는 거시경제정책을 긴축 기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공요금 인상폭 5년새 가장 높아
유가, 대중교통 요금에 상방 압력

지난해 지방공공요금의 인상 폭이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하수도·시내버스·지하철·택시·쓰레기봉투 요금 등 지방공공요금 6종은 지난해 3.7% 인상됐다. 지방공공요금은 2019년 3.5% 인상된 후 2020년 1.8%, 2021년 0.6%로 증가 폭이 감소하다가 2022년 0.8%로 소폭 커진 바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특히 지난해 운송서비스 물가지수는 107.3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2012년 6.4% 이후 오름세는 가장 큰 폭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내·시외버스료와 택시료를 포함하는 도로 여객수송은 1년 전보다 6.9% 올라 2007년 7.4%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지하철·버스 등의 대중교통 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지난해 2월 중형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르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의 서막을 열었다. 8월에는 시내버스·마을버스 300원, 심야버스 350원, 광역버스 700원 등 버스 요금이 대폭 올랐다. 두 달 뒤인 10월 지하철 기본요금마저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상승했다.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이 오른 것은 약 8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 등 통합 환승 할인제에 참여하는 관계 기관과 협의를 시작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정확한 인상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외·고속버스 심야 요금도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심야시간대인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시외·고속버스의 운임할증률을 20% 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12일 행정예고한 상태다. 해당 시간대 시외·고속버스 요금은 지금보다 10%쯤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로 전환해 대중교통 요금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중동 분쟁 확산과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등 중동지역 내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석유 등 원자재 중심의 물가 상승 압력이 우려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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