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321-NEO.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A321-NEO. 사진=대한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항공업계에도 화두로 자리 잡았다.

대한항공은 친환경 연료를 적극 사용하고, 항공 폐기물을 재활용한 기획상품(굿즈)을 선보이며 업계 주목을 받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ESG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환경 파괴 등 과거부터 수없이 반복돼 온 화두들은 더 이상 먼 훗날의 대응 과제가 아닌, 지금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 세대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 국내 최초 지속가능 항공유 도입…연료 효율 높은 신형기 도입도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2050 탄소중립'(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을 결의한 뒤 다양한 감축 수단을 도입했다.

'지속가능 항공유'(SAF) 도입이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은 2017년 11월 국내 최초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인천 구간을 한 차례 운항했고 지난해 파리-인천 구간 정기편 노선에도 SAF를 도입했다. 또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양해각서를 체결,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에서 SAF를 우선 공급 받기로 했다.

SAF는 석유나 석탄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2~5배 비싸지만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세계적으로 도입을 늘리는 추세다.

고효율 항공기 비중도 늘리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도입한 A220-300, A321neo, B787-9, B737-8은 좌석당 탄소배출량을 동급 기종보다 15~25% 줄인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2028년까지 A321neo 30대, B787-9 10대, B737-8 30대 등 총 90대의 신형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신형기 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대한항공이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 점도 눈에 띈다. 국내 항공사가 ESG 채권을 직접 발행한 최초 사례다.

2020년 12월부터는 화물 항공기에 탑재되는 일부 컨테이너의 경량화를 추진했다. 항공기 무게를 줄여 연료 효율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2021년 기준 연간 약 5000톤의 화물 중량을 줄였다. 이는 500톤이 넘는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졌다.

◇ 퇴역 항공기로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하루 만에 완판

폐기물을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2021년 초에 퇴역 항공기를 분해해 만든 첫 업사이클링 굿즈가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23년간 10만 682시간을 비행한 보잉 777 동체를 분해해 만든 네임택(Name Tag) 4000개가 이른바 ‘항공 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진된 것이다.

은퇴 항공기 업사이클링 네임택 및 볼마커. 사진=대한항공 제공
은퇴 항공기 업사이클링 네임택 및 볼마커.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같은 해 9월 보잉 747-400 항공기, 지난해 5월에는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한 네임택과 골프 볼마커를 선보이며 인기를 이어갔다.

훼손이 심해 사용하기 어려운 기내 담요로는 보온 물주머니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노후 구명조끼는 화장품 파우치로 재탄생, 판매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전달됐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화물 수송에 폐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비닐을 사용한다. 기내에 싣는 물품들도 다시 사용할 수 있거나 친환경 재질로 만든 제품으로 교체했다.

◇ 항공기 운용·제작 노하우, UAM 개발로 이어져

항공기 운용으로 쌓은 노하우와 무인항공기 개발로 축적된 기술력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발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3 드론쇼 코리아에서 공개된 대한항공 수직이착륙 무인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3 드론쇼 코리아에서 공개된 대한항공 수직이착륙 무인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8월 인천공항공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연구개발 협력 협약을 맺었고, 지난해 4월에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UAM 감시정보 획득 체계 연구개발에도 참여했다. 범국가적 프로젝트인 ‘UAM 팀 코리아’에도 초기부터 참여해 탈 탄소 사회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UAM은 소음과 배출가스가 적고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교통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UAM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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