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 달리 주주제안 부결 쏟아져
삼성물산 배당안 부결…주가는 9.7% 하락
실적 부진으로 KT&G 경영진 교체도 난항

삼성 본관빌딩. 사진=연합뉴스
삼성 본관빌딩.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영향력이 거셀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주제안 부결이 쏟아지고 있다. 무리한 주주환원 요구가 경영 불안 우려를 야기해 소액주주들에게 외면 받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입장에서 당장 한숨은 돌렸지만 향후 기업 가치의 근본적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에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친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삼성물산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기 때문에 장기 보유자로 남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서는 과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으나 향후에도 주주권 행사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 확대안은 23%의 지지를 받는데 그쳐 부결됐다. 5개 행동주의 펀드는 회사 측에 50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과 함께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지만 모두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 오브 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CLIM), 미국계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지난 18일 언론에 주총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고 “기관투자자, 연기금,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 다양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삼성물산이 더 이상 소수의 이익을 위해 운영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은 삼성물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글로벌 모범 사례에 부합하는 주주 친화적 조치를 시행할 기회가 있다는 점을 조명했다”며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국내 규제 당국이 이러한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15일 2대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의 주주제안을 모두 저지하며 표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안은 찬성률이 27%에 불과했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총에서 상법과 정관에 정한 사항 외에 안건을 발의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제도로 주주들의 경영 참여 확대와 경영진 견제를 노릴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 주총 역시 약 60% 지분율을 가진 소액주주가 결정권을 쥐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셈이다.

오는 22일 열리는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도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는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주주제안자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준 것이 결정적이다.

앞서 차파트너스는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며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2일 개최되는 정기 주총 안건에 대해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가 회사 측이 제안한 주요 내용에 ‘찬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한국ESG연구소와 서스틴베스트는 기업 등 특정 단체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객관적인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기반, 기업들의 주요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관이다.

행동주의 펀드 공세가 미풍?
여전히 웃지 못하는 기업들

그럼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여전히 기업의 정기 주총을 앞두고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당장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요구가 모두 부결된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78%나 내렸다.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신사업에 대한 투자 청사진을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면서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JB금융지주 상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8일 JB금융지주에 대해 “이사 후보 주주제안은 주주의 고유 권리”라며 “JB금융은 근거 없이 주주제안 이사 후보를 폄훼하지 말고 주주 의사에 따라 더 전문성 있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주총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 이사 후보로 5명을 추천한데 대한 JB금융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JB금융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이희승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음에도 얼라인이 다수 이사를 추가 추천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 및 균형성을 해치고 이해 충돌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KT&G도 순탄한 상황은 아니다. 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행동주의 펀드 FCP, ISS가 방경만 신임 사장 후보의 선임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KT&G 관계자는 “ISS의 분석은 상당 부분 FCP가 제공한 사실과 다른 데이터와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며 “사실관계와 다른 해외 실적 분석 등 신뢰성이 결여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FCP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한 결과를 내놓은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SS가 FCP로부터 받은 자료에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ISS에 통지했으나 ISS는 이에 대한 고려 또는 응답 없이 FCP의 웨비나가 종료된 직후 의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며 “ISS와 FCP의 공모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KT&G가 오는 28일 주총을 앞두고 방 신임 사장 후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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