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정부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몰입’…산업세력과 충돌할 듯
국민세금-정부예산 의존도 여전…냉정한 경제성 평가 필요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총선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총선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기후공약이 전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답습하고 있어 기계공업 중심의 산업세력과 충돌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구온도 1.5°C 상승 억제를 명분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강조하며 재원을 여전히 국민세금과 정부예산에 의존하고 있어 역풍도 우려된다.

민주당 김성환·이소영 의원과 영입인재 1호 박지혜 변호사는 20일 총선 기후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총선 기후공약에는 △한국형 IRA법이라 불리는 탄소중립산업법 △탄소차액계약지원제도 도입 △기후재해비상대응 시나리오 수립 △탈플라스틱 자원순환 생태계 조성 △탈석탄발전법 등 새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에너지부 신설 등 일부는 전임 정부 그린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상향조정(2018년 52%) △재생에너지 3540 정책은 기존 그린뉴딜 정책 목표를 강화한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 총선 기후공약이 그린뉴딜 정책의 단점도 이어받았다는 점이다. 그린뉴딜 정책은 기조가 탈원전이어서 기계공업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전임 정부에서 신성이엔지와 한화솔루션은 태양광모듈 공장을 충북 진천, 음성, 전남 김제 등에 지었다. 경남에 위치한 재생에너지 공장으로 부산녹산국가산단에 위치한 풍력기업 태웅, 현진소재 등을 꼽을 수 있지만, 풍력보다 태양광이 재생에너지 보급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점은 자연스럽게 기계공업을 배경에 둔 원자력계의 반발을 불렀다.

이날 민주당은 이를 의식한 듯 기후테크 육성을 내세우며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재생에너지 추가 △탄소중립 R&D 투자 확대 △탄소차액계약지원제도 도입 △중소기업 탄소중립 전문기관 육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기계공업을 고려한 내용은 아니다.

김성환 의원은 “원자력은 고준위방폐장 등을 고려하면 절대 싼 에너지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소영 의원은 “원전은 설계수명대로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해 이번 총선 기후공약에서 원자력은 고려대상이 아님을 시사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여전히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재원을 공공부문에서 구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녹색금융공사, RE100펀드, 녹색 공공조달, 한국형 FIT, RPS 비중상향, 공공RE100 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을 논리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최우선에 두고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다보니 경제성 평가 등 사업 필수 요소가 뒷전에 밀리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자칫 '정부돈은 눈 먼 돈’이라는 모럴 해저드가 재현되고,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물론 무탄소 이니셔티브, '탈탈원전'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탈탈원전'이라는 구호는 원자력계와 윤석열 대통령, 여당 정치인들의 전유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원자력 산업이 한국의 기계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부에 불과하고 전임 정부도 원자력산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전기요금 일부 인상 등 전임 정부가 손 놓았던 과제를 제한적이나마 해결했으며, 여당은 미래차법 등을 제정해 프랑스 기후변화대응정책의 저항인 노란조끼 운동이 한반도에서 재현되는 일을 방지했다.

또 수소산업이라는 신산업을 육성하고 청정수소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을 도입하는 성과도 냈다. 전임정부에서 퇴출됐던 배터리형 에너지저장장치(ESS)에 관한 정책을 다시 수립하고 기존 양수발전을 일신한 가변형 양수발전을 도입해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민주당이 기후변화대응정책을 보완할 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무탄소·무연료·무방사능인 장점이 있어 기후변화대응의 핵심수단인 점은 맞지만, 민주당이 그간 변화한 산업계 지형과 정치적·정책적 성과를 충분히 포용할 때 한국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이 무난히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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