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사진=수협중앙회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사진=수협중앙회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본격적으로 조합과 어업인 챙기기에 나선다. 지난 1년은 '다사다난'했던 국내 수산현황 수습에 몰두했다면, 남은 임기 3년은 국내 수산업계 미래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지난해 노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본 원전오염 처리수 방류 등 국낸 수산업계 위기에 대응하느라 정신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여기에 동해 오징어 어획량 부진과 고금리로 인한 조합 수익성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며, 국내 어업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어촌 등 모든 현장을 발로 뛰며 수습했다.

노 회장은 올해 ▲조합 경영 개선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통한 어업인 소득 향상 ▲어촌 현장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1년간 수많은 국내 수산업계 고충을 해결하며 ‘현안 해결사’라는 명성까지 얻은 만큼, 수산업계 역시 남은 임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까지 수산 현안 대응과 남은 임기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지난 일년은 일본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로 인해 생겨났던 우리 수산물에 대한 전에 없던 불신을 믿음으로 바꾸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염 처리수 방류는 수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었던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수산물을 지켜달라는 수산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수협 회장의 역할이자 소명이었기에 취임 직후부터 우선 수산물에 대한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소비 심리를 회복하는 것에 사력을 다했습니다. 방류가 시작된 지 반년이 넘어섰지만 이렇다 할 소비 급감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 않은 것은 그만큼 수산물에 대한 신뢰가 많이 쌓였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산물은 어업인과 국민을 위해서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먹거리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누구나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안전한 수산물 생산에 수협이 앞장서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해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입니까?

"어업인과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이라는 중앙회 본연의 역할이 점차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양식 어업인의 오랜 염원이었던 양식소득에 대한 지위가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인정돼 소득세 부담이 올해부터 완화됐습니다. 극심한 어획 부진을 겪었던 오징어 어가에 대해 긴급경영자금 지원도 이뤄졌습니다. 이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명하며 설득을 이어 나간 끝에 이뤄낸 결과입니다. 1호 공약이었던 복합점포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복합점포는 수도권 진출이 힘들었던 조합 상호금융(제2금융)을 위해 수협은행 지점에 영업장소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입점한 총 9개의 조합은 개점 5개월 동안 1200억원이 넘는 신규 대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영업 기반을 넓혀 나가는 중입니다. 올해에는 10~20개의 복합점포를 추가 개설해 나갈 예정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수협중앙회는 전국 91곳의 일선수협과 어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설립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제가 남은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먼저 일선수협에 대한 중앙회 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두텁게 만들 생각입니다. 일선 수협의 경영 개선이 이뤄져야 지역 어업인에게도 혜택이 많이 돌아갑니다. 중앙회는 올해 지난해보다 규모를 늘려 18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 개선에 확실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지원 확충이 더 필요합니다. 이에 임기 내에 규모를 3000억원 대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통해 어업인 소득을 향상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현재 수산물 수출은 매년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내수 소비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어업인의 소득 창출에 큰 보탬이 되는 수산물 소비에 획기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각오로 다양한 소비촉진 사업을 벌여 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성인에게 집중된 수산물 수요를 미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까지 넓히도록 찾아가는 수산물 식생활 교육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어려서부터 수산물을 섭취하는 기회가 생기고, 또 자주 접하면 커서도 잘 먹을 수 있는 식습관이 형성된다는 측면에서 소비 저변을 넓히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로 오징어 어족 자원이 감소하면서 어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대책은?

"지난해 동해 오징어 생산량은 전년보다 95% 정도 급감한 4279톤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북상하면서 자원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게 주 원인입니다. 잡을 수 있는 오징어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잡고자 하는 어선 세력은 과도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선 수를 줄이는 감척과 같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균형을 바로 잡아야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먼저 어선을 없앨 때 주는 폐업지원금 보상 기준을 상향하거나 지원금에 붙는 세금에 대한 과세 경감과 생계유지책 등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나아가 기후변화로 인해 수산자원의 변동성이 계속 커져간다면, 정부가 줄어든 어획량에 대한 보전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령화된 어촌사회에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별도의 구상은?

"현재 수산업 종사자 절반 이상이 60대입니다. 수산자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가 더욱 고착되면, 수산물 생산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외국인 선원과 국내 인력 모두를 동시에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선원이 단기간만 체류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이민 유치 정책을 펼치고, 어촌에서도 도시와 같은 생활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젋은 층 유입을 이끌어야 합니다. 수협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올해 전국을 돌면서 어촌에 귀어한 청년 어민들을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들어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인력 유치를 위한 사업을 구상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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