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ATTO 3. 사진=BYD
BYD ATTO 3. 사진=BYD

[주간한국 박현영 기자]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중국 전기차의 상승세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무역 장벽이 세워지지 않으면 중국 전기차는 세계 대부분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중국 전기차의 기술력이 위협적이라고 평가하며 “관세나 무역장벽 구축 여부에 따라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머스크가 2011년 인터뷰에서 BYD 등 중국 전기차 품질을 평가절하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발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BYD…저가 전기차전략 주효

중국 전기차기업인 BYD는 지난해 연간 판매목표 300만대를 달성, 2년연속 글로벌 친환경차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순수 전기차를 52만 6409대 판매, 처음으로 테슬라(48만 4507대)를 분기 판매에서 앞질렀다.

순수 전기차만 놓고 보면 지난해 테슬라가 181만대를 판매하며 160만대를 판매한 BYD를 앞섰지만, 마지막 4분기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빼앗긴 테슬라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BYD의 선전은 이미 예고돼 왔다. 앞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2008년 BYD 지분 10%를 매집하며 “BYD가 세계최대 전기차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BYD는 30만 114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 테슬라(38만 6810대)에 다시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올 1분기 BYD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순수 전기차 판매를 13% 늘렸던 반면, 테슬라는 8% 감소했다. 아울러 테슬라가 노후화된 라인업으로 판매에 발목을 잡히는 사이, BYD가 다시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BYD의 전기차 점유율 확대 전략은 명확하다. 저가 전기차를 판매하며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발판 삼아, BYD의 주요 전기차 라인업은 1만달러(약 1350만원)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다. BYD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휘청’한 테슬라는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춘 생산공정을 도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현재 중국 내수판매 중심인 BYD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손을 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BYD는 올해부터 동남아, 중남미 등 저가 전기차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태국에서 첫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도 생산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향후 2~3년 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BYD와 타사간 직접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BYD가 불확실한 해외시장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 있지만, 이 기간 성장 가능성에 검증이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

샤오미 SU7. 사진=샤오미
샤오미 SU7. 사진=샤오미

프리미엄 전기차시장 진출에 시동 거는 '샤오미'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자체 개발한 전기차 ‘SU7’을 공개하며, 전기차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SU7의 판매가격은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부터 시작해 기존 자국 저가형 전기차보다 높게 책정됐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포르쉐 타이칸을 닮아 ‘샤이칸’으로 불리는 SU7은 외관뿐만 아니라 성능까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표준사양 기준으로 1회 배터리 충전시 최대 700㎞를 달릴 수 있고, 15분만 충전해도 350㎞까지 주행 가능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0㎞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5.28초다. 고성능 사양기준으로는 타이칸의 최고속도보다 빠른 시속 265㎞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자업체인 샤오미의 장점도 반영돼 차량 내 각종 편의기능이 대거 적용됐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는 탈부착이 가능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인공지능(AI) 서비스도 적용됐다. 이같은 성능에 중국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샤오미는 SU7 출시 27분만에 주문량이 5만대를 넘어섰으며, 며칠 만에 10만 명이 예약했다고 밝혔다.

다만 SU7 시승 중 사고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안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실제 예약 확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SU7의 예약 확정건수는 절반 수준인 5만대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 측은 이번 차량 사고가 고객의 운전 미숙 탓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타업종 기업이 처음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을 때 자주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자동차 제작사가 아닌 곳이 처음 차를 만들면 헤맬 수밖에 없다. 테슬라도 출시 초반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리콜도 많을 것이다. 이후 여러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테슬라처럼 문제를 극복해야 자동차 기업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 SU7 인테리어. 사진=샤오미
샤오미 SU7 인테리어. 사진=샤오미

현대차·기아, 중국 저가 전기차에 ‘속수무책’…대응책 필요

일각에선 “중국산은 ‘믿을 수 없는 싸구려 제품’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전기차의 국내 상륙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한국보다 전기차 개발을 10년 먼저 시작하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전기차 산업도 글로벌 선두급이라는 것을 간과한 주장이다.

업계에선 중국 전기차에 대해 아직 고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모델의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중저가 모델은 경쟁할 곳이 없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전기차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중저가형 전기차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이며, 서둘러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높은 국내 공장에서 차를 만들 경우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현재도 경차는 위탁생산 중"이라며 “중국 저가형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선 저렴한 배터리 개발과 공정방법 개선 등 다양한 곳에서 동시에 고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조만간 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과 중국산 전기차 간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현재 시행 중인 중국산 배터리(LFP)를 쓰는 경우 보조금 지급을 낮게 책정하거나 국산 전기차를 지원할 여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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