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대은행 예적금, 전월比 12조8740억원↓
요구불예금 증가,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 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에 설치된 예·적금 금리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은행권 예적금 규모가 줄어들었다. 주식·가상자산·금시장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예적금 규모 감소로 예적금 특판 상품 등을 내보이면서 고객 모시기에 열중이다. 향후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갈릴 것으로 보여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73조3761억원으로 전월보다 12조8740억원 줄었다. 같은기간 정기적금 잔액은 31조3727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8478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규모가 한달 새 14조7218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은행 예적금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저금리 상품과 주식·가상자산·금시장 활성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은행권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이자가 많게는 3%대 중후반대이다. 기준금리가 현재 3.50%인데, 이보다 낮은 정기 예적금 상품이 즐비하다. 

반면 이자가 거의 0%대인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은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24조7812억원으로 전월보다 33조6226억원 증가했다. 투자자들이 예적금보다는 주식·가상자산·금시장으로 몰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국내 5개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인원)는 지난달 15일 하루에만 14조8603억원이 거래됐다. 지난달 5대 가상자산거래소는 하루에만 적게는 8조원에서 많게는 13조원 수준으로 거래가 됐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 지난달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면서 당시 주식시장도 들썩였다. 지난달 코스피가 2년 만에 2700선을 되찾았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4번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3% 급등했다.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권은 예적금 특판 상품이나, 금리 혜택 이벤트를 선보이면서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의 'WON적금'은 기본금리 4.50%에 최고 금리 4.70% 상품이다. 시중은행 적금 상품 중에서 금리가 제일 높다. 

향후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 향방도 갈릴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지연 부담과 3월 CPI 발표를 앞두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감소했다"며 "한국 증시에서 역대 최대규모 순매수를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세로 전환하며 부정적인 영향 미쳤으며,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 업종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며 혼조세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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