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군사충돌시 건설업계 직·간접 타격 전망
유가 상승→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져…자잿값 압박
해외건설 수주 차질 불가피…‘제2중동 봄’ 빨간불

사우디 카란 가스처리시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현대건설 제공
사우디 카란 가스처리시설(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현대건설 제공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공사 발주 축소로 인한 수주 타격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중동정세가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건설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선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을 강행할 경우 국제유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로, 특히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인상은 시멘트 등 건설 자잿값을 높여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주요 건설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급등한 이후 공사비는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월(118.30)과 비교해 30.9% 급증한 수치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자잿값 상승 압박이 심한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자잿값이 더 치솟으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자재비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은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향후 주택시장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장기화될 될 경우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스라엘이나 이란에서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적으나 확전 시 주변국에서의 공사 지연이나 추가 발주 감소 등의 피해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중동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던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누적 해외수주액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6452억원)로, 이중 중동지역 비중이 44%(24억달러)로 압도적으로 높다. 세부적으로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달러), 사우디 SEPC 에틸렌 플랜트(5억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달러), UAE 크릭 워터스 주택(2건, 2억2000만달러) 등을 수주하며 수주가 전년 대비 93.3% 급증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 등을 확인한 결과 아직 구체적인 피해가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양국의 군사적 충돌이 주변국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공사진행 지연, 공사발주 연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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