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현대건설, 작년 착공 이후 공사비 1800억여원 미회수
1월부터 건설현장 '올스톱'…조합 내분으로 조합집행부 공백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전국 건설공사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건설사들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발주처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비 갈등은 재건축‧재개발사업 등 민간공사뿐 아니라 공공공사 현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은 인적 없이 28일도 공사장 출입문이 모두 굳게 닫혀 있다. 공사장 주변에 설치된 펜스에는 ‘1월 1일부로 공사 중단’이라는 대형 안내문이 걸려 있으며, ‘당 현장은 민법 제320조 1항에 의거해 유치권을 행사 중으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현대건설의 경고문도 눈에 띄었다.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28개 동에 2451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약 5800억원 규모이다.

조합은 지난 2017년 6월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고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2019년 5월 관리처분인가 승인 이후 이주 및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조합은 당초 2021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현대건설간 입장차로 본계약이 미뤄졌다.

당시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462만원을, 현대건설은 자잿값 인상분을 반영해 3.3㎡당 528만원을 제시하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후 조합과 현대건설은 2022년 10월 3.3㎡당 55만원 오른 517만원에 최종 합의하고, 본 계약 체결 이후 착공이 이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진행됐지만 이 현장은 올해 1월 ‘공사 중단’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한 푼도 지급 받지 못한 현대건설이 공사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조합은 착공 후 1년이 지났음에도 그동안 진행했던 공사비 약 1800억원을 현대건설에 지급하지 않았다. 조합 내부 갈등으로 조합 집행부가 공석이 되면서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불가능해져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조1구역 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분양 관련 총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2월 조합장이 직무정지 됐다. 작년 9월 임시총회를 개최했는데, 그 결과 2월에 해임됐던 조합장이 다시 선출됐다. 새 조합장이 다시 분양관련 총회를 열고자 했지만 또 다시 일부 조합원이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또 다시 사업이 공회전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1월 1일부로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유치권 행사 중으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현대건설의 경고문. 사진=김하수 기자
'유치권 행사 중으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현대건설의 경고문. 사진=김하수 기자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 연초부터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이곳 조합원들의 원성은 거세지고 있다. 사업이 지체된 사이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치솟으면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분담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현장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조합원 A씨는 “착공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급기야 공사까지 중단되면서 연내 일반분양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조합 내분으로 인한 피해를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하루빨리 공사가 재개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근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5월께 멈췄던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대조1구역 조합에 5월께 공사를 재개한다는 공문을 보내고 내부적으로 안전진단 등 제반 준비에 착수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조합 집행부 구성 성립’을 공사 재개의 최우선 조건이자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잇단 조합 집행부 교체와 내홍으로 착공 지연과 공사, 시공 중단이 거듭되면서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5월에는 조합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사업 준비를 재개 중이며,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평구청은 지난 4일 대조 1구역 조합 선거관리위원을 선임, 새로운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선임 총회는 다음 달 말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대조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안에 타워크레인이 멈춰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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