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K리그1은 11라운드, K리그2는 10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양 리그의 1위는 시즌 시작 전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팀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부진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았던 팀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새롭게 부임한 감독들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현재 이끌고 있는 팀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만큼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프로축구연맹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프로축구연맹

K리그1 11라운드가 끝난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포항이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 ‘국대급 축구부대’ 김천 상무를 제치고 당당히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 시즌 FA컵(현 코리아컵) 우승팀이자 K리그1 2위팀이었던 포항은 시즌 시작 전 고영준, 김승대, 제카 등 주축 전력들을 대거 이적시켰다. 또한 FA컵 트로피를 안긴 김기동 감독마저 FC서울로 떠나보내야 했다. 누수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올 시즌 포항의 부진을 점치는 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포항의 사령탑을 맡은 '구단 레전드' 박태하 감독은 울산과의 개막전 패배 이후 11라운드까지 10경기 무패(7승3무)를 달리며, 팀을 K리그1 1위에 올려놓았다. 최소실점(8골) 갑옷을 두르고 연일 극장골을 터뜨리며 무패를 이어가는 포항에게 박 감독 이름을 딴 '태하 드라마'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

박 감독은 1991년 프로 데뷔 후 2001년 은퇴까지, 군 복무를 위해 상무에서 뛴 것을 제외하면 오직 포항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원클럽맨'이다. 박 감독이 이후 K리그 코치 생활과 중국서 지도자 생활,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임기를 거쳐 K리그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은 곳 역시 포항이었다. 포항이 자신에게 ‘운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팀만 바라본 로맨티시스트가 '로맨스 축구 드라마'로 최고의 화제작을 만들고 있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프로축구연맹
유병훈 FC안양 감독. ⓒ프로축구연맹

K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데 가장 필요한 원동력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 K리그2 1위 안양을 이끌고 있는 유병훈 감독은 2013년 안양과 처음 인연을 맺은 후 도합 8년 동안 코치로 동고동락했다. 그 세월 동안 내공을 쌓은 후 2024시즌 안양에서 프로감독 데뷔를 이뤘을 정도로 '진한 보랏빛'을 지닌 감독이다.

2022시즌 정규리그 2위로 K리그2 플레이오프, 2023시즌 정규리그 3위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던 안양은 2023시즌을 6위로 마치며 예년보다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시점에서 팀의 수석코치를 지냈던 초보 감독이 출사표를 던지자 안양 팬들은 응원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코치 경력으로 양분을 흡수한 유 감독은 안양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꽃을 피웠다. 안양은 K리그2 9경기 동안 6승2무1패(승점 20)로 K리그2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심지어 최다득점(17골)과 최소실점(10골)까지 챙기며 초보감독의 대반란을 보여주는 중. 빠른 공수 전환과 기습적인 압박으로 무장한 ‘꽃봉오리 축구’가 K리그2를 휩쓸고 있다.

유 감독은 시즌 전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 타고난 인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항상 메모하며 '나만의 노트'를 만들었다”며 “나를 지도자로 길러준 안양에 깊은 정을 느끼고 있다. 이제 보답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에 뒤지지 않는 '로맨티시스트'로서, 뱉은 말을 실천 중이다.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

현재까지 K리그의 주류 장르는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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