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어 민주당도 '비선' 일축했지만 논란 계속
박성준 "개연성 있을 것"·황운하 "없는 말 만들었겠나"
尹대통령, 9일 회견서 李와 회담 성사 과정 설명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절인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부활절인 지난 3월 31일 서울 강동구 소재 명성교회에서 열린 '2024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지난달 29일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을 둘러싸고 비선(秘線)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에 이어 민주당도 일축하고 나섰지만,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오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회담이 이뤄진 과정 등을 소상히 설명할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해 "비서실장(천준호 의원)이 용산과 협의하고 진행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같은 날 권혁기 민주당 정무기획실장은 "메신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민주당에서는 임혁백 교수를 '메신저'로 인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권 실장이 언급한 임 교수는 이번 논란을 촉발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고려대 명예교수인 그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다. 임 교수는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과 함께 이번 회담에서 비공식 특사 라인이 가동됐다고 주장했고, 한국일보는 전날 이를 보도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보도에 따르면 임 교수와 함 원장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인사 추천, 이 대표와 핫라인 구축, 여야정 협의체를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불편해하는 인물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성사됐으며, 의제와 일정 등도 공식 라인을 통해 논의돼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은 없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진의가 곡해돼 외부에 공개되는 데 대한 재발방지책을 당부했다.

대통령실과 함께 여당 의원들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친윤(친윤석열)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논란에 대해 "정말로 황당한 이야기"라면서 "대화와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할 수도 있지. 그 사람이 특사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비선을 통해 흘러나온 윤 대통령이 했다는 말들이 하나같이 기가 막히다"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과 자신을 지지해 준 보수를 우롱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에 이어 민주당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에 비선이 개입했다는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전환되지 않고 있다. 사실이 아니라고 하기엔 임 교수와 함 원장의 인터뷰 내용이 굉장히 상세하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팩트체크는 더 해 봐야 되겠지만 아무래도 개연성은 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회담) 공식 의제 라인에선 총리나 비서실장 등 인선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날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없는 말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나"며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텐데 내일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특검을 수용할 것인지 지난 2년의 국정 기조에 대해 사과할 것인지, 총선 민의를 수용하겠다든지 궁금한 사항이 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선은 9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으로 쏠리고 있다. 해당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은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채상병 특검법 수용 여부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 대표와 회담이 성사된 과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비선 논란을 일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은 주제에 제한이 없고, 윤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국민이 정말 궁금해할 질문으로 준비하자"고 당부한 만큼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