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안병용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독배’를 들었다. 대구 달성 태생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탓에 ‘영남’과 ‘친윤계(친윤석열계)’ 독점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에 출마해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중도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임기 출발점에서부터 나오는 만큼, 각종 현안에서 어떤 대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성패의 최대 관건으로 여겨진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선거에서 총 102표 중 70표를 얻어 손쉽게 선출됐다. 함께 출마한 이종배 의원이 21표, 송석준 의원은 11표를 얻은 점을 감안하면 108석(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석수)을 단일대오(單一隊伍)로 나아가게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는 당정 관계 구축과 여야 협상에서 원내사령탑으로서 당내 의원들의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원내 지휘봉을 쥔 추 원내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특검법 정국’에 대한 견고한 대응 태세 구축이 될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 재표결이 예고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이탈표 단속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현실화하면 국회는 오는 28일 재표결에 돌입한다.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의원은 295명이다. 19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통과된다. 범야권 의석수는 180석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 18명이 이탈하면 가결된다. 이미 김웅 의원은 2일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상태다. 이외에도 안철수‧조경태 의원이 찬성표 던질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표결이 무기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현역 113명 중 절반이 넘는 58명에 달하는 낙천‧낙선‧불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생길 수 있는 이탈표를 단속해야 한다. 출석 인원이 줄어들수록 찬성에 필요한 표도 줄어들기 때문에 범야권 주도의 표결을 막으려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최대한 많이 출석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원내를 아우르는 추 원내대표가 지금부터 해야 할 몫이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22대 국회를 대비한 원구성 협상도 중요한 과제다.

당선인 171명을 확보한 민주당은 제1당이 가져가는 국회의장은 물론 핵심 상임위인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까지 맡아 국회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사위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모든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상임위라는 이유로 원구성 협상 때마다 쟁탈전이 치열하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에 맞서 추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2021년 원구성 당시 여야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며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을 저지하고 7개의 상임위를 가져가는 협상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준 것도 ‘여소야대’ 구도인 22대 국회에서 상임위 배분 등 협상 능력을 보여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당정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대통령실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4‧10 총선 과정에서 부각됐던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의 공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추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비교적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친윤 의원들은 물론이고 비주류 세력과 대통령실과의 가교역할을 맡아 유연하게 당 운영을 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에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만큼, 차기 전당대회 때까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전대 경선방식 개선과 이에 따른 당헌‧당규 개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주호영‧윤재옥 의원에 이어 3연속 ‘대구 출신’이 원내대표 바통을 이어받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일축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은 물론 중도·청년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영남 자민련'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 원내대표는 “일부에 왜 TK(대구‧경북)가 좋을 때는 다 하고 어려울 땐 안 나서냐는 시각이 있다”면서 “이럴 때 TK, 영남에서 독배라도 마시고 가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일하는 데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총선 참패로 인해 위축된 당의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보수 정치의 중심인 TK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