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까지 챙기는 공기업·파격정책 내놓는 민간기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정부 정책에도 저출산 ‘인구절벽’ 위기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전반적인 국내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래도 국민들은 실제로 ‘손에 잡히는 출산 정책’이 필요하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화는 노동력 부족, 고령층 부양부담 증가로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건강보험 적자, 연금 문제, 정부 재정악화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업의 출산장려책 관련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기업·공공기관 중심으로 진행되던 출산장려책이 최근에는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부영그룹의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1명당 1억원씩 지급’이라는 출산장려책이 화제가 된 이후, 민간기업들이 저출산 문제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政,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지자체도 저출산 대응 본격화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 이외 민간기업도 남녀 육아휴직 이용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경영공시 항목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이용률을 끌어올려 일·가정 양립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앙행정부처로 전환,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신설 부처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교육과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저출생 문제가 단순히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가 되도록 하겠다”며 “현재 저출생 문제를 각 부처가 맡고 있고 저출산고령위는 의결 및 강제 기능이 없어,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한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 아주 공격적이고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부담이 늘어나면 정부가 확실히 지원한다는 의지도 보였다. 출산 가구의 주거부담 완화 대책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상생형 어린이집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포함해 어린이집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상도 확대할 것”이라며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적극 추진해 마음 놓고 언제라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는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에 업체당 최대 2억원을 저리 융자한다. 이를 위해 ‘가족친화기업 특별경영자금’ 200억원을 확보했다.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은 경기도가 2010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이르면 올해 말 서울시청과 주민센터 등 서울 내 관공서에 ‘임산부 전용창구’가 새로 생길 전망이다. 지난 6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조례에는 민원실 등에 임산부 민원처리 우선 창구를 개설·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출산장려책 활용도 높은 공기업
男 육아휴직자 최다 1위 ‘한수원’

공기업들은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출산장려책 활용도가 높다. 특히 공기업의 육아휴직은 민간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집계 결과, 2018년 1989명이던 공공기관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2년 537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37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347명), 국민건강보험공단(235명), 한국전력공사(192명), 강원랜드(151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129명)가 뒤를 이었다.

한국전력의 경우, 임신기 여성의 건강과 육아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단축근무, 휴직 등의 모성보호제도를 구축했고,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 일부 전형에서 가점을 부여하는 채용 우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은 법적 기준인 1년보다 높은 자녀당 3년, 분할사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육아휴직 기간도 근무연수로 인정해 승진 불이익도 방지했다.

한국전력은 사내 복지 외에도 출산 가구 대상 전기요금 복지 할인을 영아가 실제로 거주하는 장소까지 적용받을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해 요금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출생일로부터 3년 미만의 영아가 1인 이상 포함된 가구에 대해서는 실제 양육 장소와 상관없이 주민등록상 주소 기준으로 복지 할인이 적용됐다.

한국전력은 출산 가구 외에 대가족, 세 자녀 이상 가구 등 정책적 지원 대상과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요금 복지 할인 제도도 운영 중이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의 경우, 사회적 배려계층의 복지 할인 한도를 확대(기존 한도대비 약 20% 상향)했다.

LH는 지난해 1월 공기업 최초로 ‘저출생 대책추진단’을 발족했다. 어르신 맞춤형 주택 ‘해심당’, 청년특화주택 ‘아츠스테이’, 산모 안심스테이 ‘품안애’ 등 저출생·고령화 현상에 대응한 여러 유형의 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 육아 지원 등의 다양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LH는 지난해 6월 ‘저출생 정책 대국민 공모전’을 추진, 육아친화적 주거환경 조성과 출산 가구 관련 제도 개선 등 18건을 선정해 정책화를 검토하고 있다.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널리 공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진행됐다. 내부적으로는 난임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육아시간 휴가대상을 확대하는 등 출산·양육친화적 사내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레일은 오는 30일부터 ‘다자녀 행복’ 할인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자녀 행복 할인은 만 25세 미만 자녀가 2명 이상인 코레일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가족 중 최소 3명(어른 1명 포함)이 KTX를 함께 탈 때 어른 운임 30%를 할인하는 제도다.

코레일은 기존 2자녀 가족에 대한 어른 30% 할인 혜택을 3자녀 가족일 경우 어른 운임 50% 할인으로 확대한다. 자녀(만 25세 미만)가 3명 이상인 코레일멤버십 회원 가족 중 최소 3명(어른 1명 포함)이 오는 30일부터 KTX를 탈 때 어른 운임은 반값만 내면 된다. 코레일은 코레일멤버십 회원 약 10만 3000명이 추가 할인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해 저출산 해소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은 남녀 제한이 없는 만큼 남성의 육아 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간기업들이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해 저출산 해소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은 남녀 제한이 없는 만큼 남성의 육아 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격’ 출산장려책 내놓는 민간기업
대기업 중심 실효성 있는 정책 운영

민간기업들도 육아휴직 확대나 장려금 지원 등 다양한 출산 지원책을 내놓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기업들의 출산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공개된 출산장려책들은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여명에게 1억원씩 70억원을 지급했다. 기업이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이후 쌍방울도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해 임직원에게 최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 등도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까지 보장하고 출산장려금 및 축하금 등 현금 지원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삼성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을 추가로 확충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보육 정원 총 1200명, 건물 연면적 2만 99㎡(6080평)의 전국 최대 규모(단일 사업장 기준)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 어린이집이 임직원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는 산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인력을 늘린다 하더라도 임시 해결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 외에도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출산장려책이 공개·운영되고 있다. SK온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을 확대해 저출산 해소에 적극 동참한다. 법정 육아휴직 기간 1년에 추가로 1년을 연장해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SK온은 향후 사내 육아휴직 참여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온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결혼 및 출산 평균 연령에 가까운 34.5세다. 특히 육아휴직은 남녀 제한이 없는 만큼, 남성의 육아 참여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SK온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체 휴직자의 절반에 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임직원 대상 출산장려금 복지 혜택을 대폭 확대해 운영한다. KAI는 올해 1분기 노사협의회에서 기존 임직원 출산시 자녀 수에 관계 없이 100만원을 지급하던 출산장려금을 첫째와 둘째 1000만원, 셋째 이상 3000만원으로 최대 30배 상향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KAI는 출산 경조금과 같은 현금성 정책 외에도 임직원들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세심한 복지제도를 적극 시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가족돌봄 휴가·휴직 ▲임산부·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치원~대학원(해외 포함) 학자금 지원 ▲초·중·고 입학과 졸업 축하금 지급 ▲본인과 가족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신규 복지제도 ‘금호케어’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첫째 500만원, 둘째 1000만원, 셋째 1500만원, 넷째 200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급한다. ‘아빠 도움 휴가’(5일)를 추가로 제공하고 입양·난임 부부를 위한 추가 휴가·지원금도 만들었다. 또 산후 조리비 지원금 상향, 임신기간 근로 단축 확대 등 기존 제도를 보완했다.

롯데는 올해부터 셋째를 출산한 전 계열사 임직원에게 카니발 승합차를 2년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렌트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카니발은 7~9인이 탑승할 수 있는 차량으로 다자녀 가정에서 선호하는 차량 중 하나다. 롯데는 2012년 여성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데 이어 2017년 남성 의무 육아휴직제를 시행하는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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