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대책·기업 경쟁력 강화해야"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출처 = 연합뉴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출처 =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반도체 등에 사실상 수입 금지에 맞먹는 '폭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한국의 산업계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미국의 관세 범위 확대와 중국의 보복 관세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자동차·배터리 업계와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데 따른 영향을 점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반사이익 등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국 시장 밖에서 중국 제품과 과당 경쟁에 맞닥뜨리거나 중국과의 공급망 연계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병내 차관보는 "이번 조치로 인한 중국의 대응 및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내 업계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는 등 국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지난 14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 자리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우리 기업에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이번 관세 인상 타깃이 중국이라 일부에서는 우리에게 어부지리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역시 7.5%에서 25%로 인상한다.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는 7.5%에서 오는 2026년 25%로 상향한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및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이번 관세 인상의 이유다.

핵심 광물 중에서는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에 관세를 부과한다. 현재 0%에서 2026년에 25%로 올리겠단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위배되는 것으로, 양국 협력 분위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즉각 잘못을 시정하고 중국에 부과한 추가관세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관세 증가 범위가 부품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가 분명함에도 불구, 희망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중국산 전기자동차는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안된다"며 "완성차 같은 경우 당장의 큰 영향은 없을 수 있지만, 관세 범위 확대와 중국의 보복 관세 우려가 있다.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배터리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80% 이상을 쥐고 있다. 과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 통제를 강화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신중론이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전기자동차 비중이 낮기 때문에 당장 큰 피해를 입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중 힘겨루기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미국의 조치에도 중국 전기차 미국 진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아울러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만 늦춰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것은 단기적인 보호조치로, 미국 진출을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의 저가 전기차와 가격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BYD)가 판매하고 있는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은 약 1만달러부터 판매되고 있는데 여기에 100%의 관세를 붙이더라도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많은 전기차의 가격과 유사하거나 더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관세 정책이 나온다면,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이나 합작 투자 등을 통해 새 길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는 현대차·기아,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방식을 연상시킬 수 있다고 CNBC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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