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여야 형제로 만났으면"…이재명 "여당 국정기조 바꿔야"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2024.5.20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2024.5.20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협치’를 다짐했다. 다만 쟁점 현안인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논의는 이날 대화에서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20일 오후 국회 본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찾아 이 대표를 예방했다. 황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를 추켜세우며 “우리 대표님과 손을 꼭 잡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화합과 협치를 강조했다.

◇ 황우여 "민주당 존경하고 존중…저녁있는 정치 어떤가" 

황 위원장은 먼저 “이 대표는 저와 같은 인천 분이다. 인천 시민이 존경하는 지역구 의원인데 이제 야당 지도자가 돼 제 자신이 가슴 뿌듯하고 존경과 애정을 표한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오전 민주당 출신 김진표 의장을 만난 것을 전하며 “지난 18대 원내대표 시절 저희가 198석, 김 의장이 89석을 했다고 하더라”며 “당시 매일 만나서 서로 원하는 바를 놓치지 않고 챙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선진화법 등 아주 큰 개혁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야가 다시 한 번 형제로 만났으면 좋겠다. 저는 민주당을 존경하고 존중한다”라며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사랑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리를) 존중, 존경, 사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야 된다. 특히 이 대표님을 잘 모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황 위원장은 아울러 “저녁이 있는 정치, 여야가 늘 만나서 어깨를 마주하고 눈을 맞추며 마음에 있는 얘길 끌어내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했다.

◇ 이재명 "여당 품격 지켜달라…서로 양보하며 성취하자"

이에 이 대표는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경하는 정치 대선배님”이라며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이 황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통합과 포용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최대한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일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 전체가 (여당의) 국정기조가 이건 아니다, 좀 바꿔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표출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에서 국민이 총선에서 표출한 국정 기조 전환이란 점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이 나라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역할과 품격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또 “제가 사실 행사장에서 여당 대표와 얘기하지 않지만 황 위원장과는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가끔씩 우리가 여당인가 생각 들 때도 있다. 서로 양보하면서도 국민이 원하는 바, 국가가 해야할 일을 조금이나마 성취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예상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논의는 추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황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야권은 28일 재표결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예방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20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예방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5.20 

앞서 황 위원장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 의장도 예방했다. 2011년 당시 황 위원장과 김 의장은 각각 여야 원내대표로 마주한 인연이 있다. 황 위원장과 김 의장은 묘한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회동하는 자리에서 “지금 정부를 끌고 가는 여당의 역할이 조금 부족하다. 정부가 안 끌려오는 이유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지난 선거 결과는 결국 아무도 대통령에게는 '노'라고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여당 전체가 대통령의 직속 부하가 되면 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라며 당정관계 재정립을 조언했다.

황 위원장은 5분 정도의 짧은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때 우리 김 대표 소속당이 (의석) 숫자가 얼마 안 됐었을 때 우리는 190석을 넘었는데도 한 번도 강행 처리를 안 하고 김 대표가 ‘됐다’고 할 때 해드렸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내세워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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