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 마넷 총리, 韓정부·재계 만나 협력요청…베트남·인니 개발 논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 앞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 앞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 및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넓히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친중 국가로 분류되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 개발 사업을 위해 한국시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 교역이 블록화하는 상황에서 경제발전의 파트너로 패권 추구 성향이 적은 한국이 파트너로 관심을 받는 모습이다.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한국 정부‧기업에 '러브콜'

윤석열 대통령과 훈 마넷(Hun Manet)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력 분야는 정치, 국방과 안보, 인프라 건설, 문화, 인적교류 등을 아우르는데, 특히 경제 분야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기존의 2배인 30억달러(약 4조원)까지 늘리고, 캄보디아 현지에 특별경제구역(SEZ)을 조성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재계에서도 훈 총리를 예방하고 캄보디아와의 사업 기회를 논의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전우종 SK증권 대표,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 등 인사들이 훈 총리를 예방했는데, 주로 도시 개발과 관련된 주제가 많았다.

대우건설은 캄보디아 현지기업인 월드브릿지 그룹과 캄보디아 개발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훈 총리는 대우건설에 베트남 기업과의 협력 및 사업모델 발굴을 당부했다. 특히 훈 총리는 “캄보디아는 신재생 발전·수처리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주거 부동산 외 산업단지, 물류허브 등의 사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훈 총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부영그룹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1만 5000세대의 미니신도시급 아파트 ‘부영타운’을 건설하는 등 그동안 현지 도시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외에도 SK증권은 캄보디아 정부가 추진 중인 수력 발전 댐 건설 및 녹색 에너지 파이낸싱 사업에서 전략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수출입은행은 캄보디아 지방도로 개선사업에 1억 2000만달러를 제공하는 EDCF 차관 공여 계약을 체결했다. EDCF가 제공되는 4차 지방도로 개선사업은 캄보디아 남부 6개 주의 37개 노선, 391km의 도로를 개보수하는 프로젝트다. 한신공영도 캄보디아의 인프라 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관련한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중진국의 함정’ 넘어야 하는 동남아 국가들

이러한 캄보디아 외에도 최근 우리나라는 여러 동남아 국가들과 연이어 경제 협력의 물꼬를 트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베트남 카인호아성에 위치한 반퐁 경제자유구역에 준공된 반퐁 발전소의 유지보수·관리(O&M) 업무를 맡았다. 이에 660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소 2곳을 25년간 운영 및 정비하게 된다. 이로써 한국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전력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에 베트남에도 사업 영역을 확보하게 됐다.

또한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의 산업부 장관들이 지난 22일 서울에서 만나 산업통상 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것을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에게 당부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현대차가 2022년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77만 7000㎡ 규모 부지에 건립한 연산 25만대의 완성차 공장이 있다.

코트라(KOTRA)가 발간한 ‘2022년 해외진출 한국기업 디렉토리’에 따르면, 해외진출한 한국 기업 총 1만 1567개사(2022년 12월 기준) 가운데 절반은 동남아에 자리를 잡았다. 이는 우리 기업의 소재 국가별 순위에서 2위인 중국(20.2%)보다 두 배 이상 비중이 큰 것이다. 동남아에 있는 한국 기업 가운데 40%는 생산 법인일 정도로 제조업 비중도 높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무역 정책은 윤석열 정부 이후 표변했다. 문재인 정부 때 주창한 신남방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과 거리를 두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에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가까운 현 정부의 무역 전략이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 친밀한 동남아 국가와의 수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정치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경제발전 문제가 더 커 보인다. 특히 동남아의 일부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의 기회를 모색하면서도 성장 동력이 부족한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국과 주변 메콩 지역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의 국가들은 농업 비중이 높고 인프라가 미비하며 정치적으로도 발전이 지체된 것이 특징이다. 캄보디아는 2022년 기준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농업 분야가 22%를 차지하고, 국민의 약 61%가 농촌지역에 거주할 정도로 산업화 수준이 낮은 국가에 속한다.

동남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내정 안정을 위해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상황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 38년 동안 독재한 훈 센 총리가 지난해 8월 물러나고 그의 아들인 훈 마넷 총리에게 승계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훈 총리는 도시 개발을 비롯한 경제발전을 목표로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당선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부하이자 사위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프라보워 정부는 수도 이전 등 현 정부의 대규모 개발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바 있어, 우리 건설 기업들의 수주 기회로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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