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 '관세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모양새다. 출처 =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 '관세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모양새다. 출처 =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미국과 중국 사이 '관세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모양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과 함께 중국이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문제는 관세 전쟁이 길어질수록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통상 이슈 동향 분석을 통해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 합작 투자 등을 통해 고율 관세를 회피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길어질수록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미국이 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 부품 등 다른 세부 품목으로 관세를 확대할 수 있다"며 "관련 동향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中 '보복 관세' 내연차까지 확대 가능성 시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지난 21일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CCCEU)가 하루 전 성명을 내고  "중국이 배기량 큰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임시 관세율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정보를 내부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 발표와 유럽의 보조금 조사에서 예비 조치를 준비하는 상황 등 최근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조치(관세 인상)는 유럽·미국 자동차 회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상의의 성명대로라면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맞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주 전기차(25→100%), 반도체(25→50%) 등 중국산 핵심산업 제품 수입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마치고, 오는 7월엔 현재 10%인 수입 관세를 25%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유럽과 공조를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주요 7개국(G7)이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맞서 '반대의 장벽'을 세우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값싼 수출품이 제조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의 장벽(wall of opposition)'은 중국의 대표적 건축 유적인 만리장성(The great wall of China)을 빗댄 표현이다.

EU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산 저가제품을 유럽으로 밀려들 걸 염려하면서도 EU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동조할 경우 중국의 보복을 염려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의 과잉생산에 관한 미국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나는 우리(EU와 중국)이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와 협의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반도체·태양광·철강 업계의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를 지난 24일개최했다.

양 차관보는 간담회 현장에서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만큼 통상 이슈에 대한 세심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우리 기업 비즈니스 활동에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번 미국 조치와 관련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우리 기업에 예기치 않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무역대표부(USATR)는 이번 관세 상향 조치 관련 내달 28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이 기간 산업부는 국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 시 정부 차원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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