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수수료 비용 증가로 1분기 아쉬운 성적표
해외 영업 확대 등 다양한 방안으로 반전 노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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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애플페이 효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현대카드가 1년이 지난 지금, 실적 방어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다른 경쟁사가 호실적을 달성한 반면 현대카드는 순이익이 10%나 감소하며 상위권 레이스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의 흥행을 바탕으로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늘며 영향력 확대에 성공했지만 크게 늘어난 이자·수수료 비용이 결국 실적에 반영되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애플페이 효과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현대카드는 대출 영업 확대 등을 통한 외형 확장과 해외 진출 기반을 다지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총순이익(6734억원)이 일 년 새 15%나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성적표다.

특히 '3위' 경쟁을 하고 있는 KB국민카드와의 실적 격차는 올해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3분기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효과를 통해 KB국민카드와의 순이익 격차를 470억원까지 따라잡았지만 올해는 KB국민카드와의 격차가 753억원 차이로 예년 수준으로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카드는 애플과 손잡고 지난해 3월 21일부터 국내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초기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출시 첫날에만 애플페이 카드 등록기기 건수는 1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진출 3주 만에는 등록기기 기준으로 200만건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울러 현대카드는 이러한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 회원수 증가 수혜를 누린 것으로 관측됐다.

이러한 애플페이 효과를 등에 업고 현대카드는 지난해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 여건 속에서도 순이익이 4.4% 증가하는 등 자랑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롯데카드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실적이 증가한 곳은 현대카드뿐이었다.

점유율도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신용판매 취급액(국내·개인, 8개 사 기준) 점유율은 18.8%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나 상승했다. 순위도 삼성카드(18%)를 제치고 업계 2위로 한 계단 올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처음 도입됐을 때 효과는 상당했다"며 "끌어모은 회원들에 비해 서비스의 질, 단말기 보급 등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추가적인 이용자 증가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비용·수수료 증가로 실적 악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통해 성과는 냈지만 실적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비용 증가 △높은 수수료 △대손비용 확대 등을 꼽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올 1분기 1701억원의 이자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한 수치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1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657억원에 비해 111.9% 급증했다. 

애플페이의 높은 수수료율도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1조672억원)은 전년 대비 21.9%(1917억원) 증가했지만 제휴사 지급수수료(5025억원)는 82.6%(2273억원)이나 폭증했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6개사의 제휴 수수료가 지난 한 해 31.6%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하면 현대카드의 증가세가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제휴수수료 폭증의 핵심 원인으로 건당 0.15%로 추산되는 애플페이 수수료를 지목하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 초기 신규 회원 수의 폭증으로 수수료 비용 부담을 상쇄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수료 비용은 수익성 측면에선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후 초기 흥행 효과와 시장 선점효과를 누렸으나 최근 그 효과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는 가맹점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교통카드 기능이 추가되지 않는 점 등도 이용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애플페이를 도입 후 급성장하며 40조원을 돌파했던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도 올해 1분기에는 39조원대로 떨어졌다.

이에 현대카드는 고수익 여신인 카드대출 취급을 확대하는 강수를 두면서 1분기 현대카드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이용 실적은 각각 1조5592억원, 1조6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 47.2%씩 급증했다. 그 결과 1분기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139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1.9%나 폭증, 순익이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진=현대카드.
사진=현대카드.

◇ 영업 늘리며 실적 방어 노력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대카드는 해외 결제, 대출 영업 등 영업 확대로 영업전략을 선회하며 실적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올해 1분기 현대카드의 해외 결제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현대카드의 해외수입수수료는 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17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와 더불어 현대카드는 해외 진출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시장에서 최초로 신용등급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작년 6월에는 글로벌 결제네트워크 기업 비자와 데이터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대출상품 수입 역시 증가했다. 1분기 현대카드의 전체 카드대출 취급액은 3조2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462억원에 비해 58.1% 늘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취급액은 1조675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383억원) 대비 47.2% 증가했다.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취급액도 1조5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9079억원 대비 71.7% 증가했다.

건전성 리스크 역시 다른 카드사에 비해 여유롭다. 현대카드의 1개월 이상 전체 연체율은 1.04%로 전년 말 대비 소폭(0.07%p) 상승했음에도 여전히 업계 최하위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02%p) 하락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회원수와 신용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수익이 상승했으며 연체율 역시 꾸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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