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나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명 '혼돈 이론'(Chaos theory)으로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과학이론이지만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광범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요즘 ’아파트 전세시장‘을 보면 매매·분양·거래·정책 등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를 보는 것 같다. 지난달 20일 기준(한국부동산원 조사)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전국 0.5%, 수도권 1.42%, 지방 –0.39%로 실상 크게 오른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동기 이들 지역이 각각 –8.97%, -11.49%, -6.51% 전셋값이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임대차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와 달리 상승세를 탄 올해 아파트 전세가격이 수도권 중심의 매매가 회복과 1분기 매매 거래량 증가, 정부 전세대책 대응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가 불안(상승) 요소는 다양하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수도권 신축·대단지 등 선호도 높은 지역 위주로 전세 갱신계약이 이어지며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기업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세매물량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많이 감소했다. 서울 6.2%(3만 334건 → 2만 8482건), 경기 5.4%(3만 7711건 → 3만 5680건), 인천 9.6%(7204건 → 6517건) 전세 매물량이 줄었다. 

지난해 역전세와 전세사기 이슈가 상당해지며 1만 7000여명 정도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중 상당량은 비아파트 중 하나인 연립·다세대 주택유형에서 발생하며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에 어려움이 적고 연립·다세대보다 전세가율이 낮은 아파트로 전세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는 등 매매시장의 가격상승 불확실성으로 일부 아파트 매수 대기자의 전세수요 전환이 있었던 데다, 지난 1월 말 5억원 이하 주택에 3억원까지 저리 대출(1~3%)이 가능한 ’신생아특례전세대출‘이 시행되며 역세권 등지에 임차인이 유입한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등 일부 지역은 평년보다 아파트 입주(준공)물량이 적다. 지난해 3만 610가구였던 입주량이 올해는 2만 3454가구로 23.3% 감소했다. 입주물량이 줄며 전세시장에 공급될 임대차 매물이 수요대비 많지 않다. 

한편 미분양 적체 현상(올해 3월 기준, 5만 2987가구) 등으로 전세가격이 쭉 하락했던 지방 지역은 지난달 20일 기준(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전세 주간변동률) 0.02% 반등했다. 전국 17개 지역 중 해당 주차 전세가격이 하락한 지역은 대구 –0.04%, 세종 –0.04%, 경북 –0.03%, 경남 –0.03%, 제주 –0.03% 등 6곳뿐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증가한 아파트 전세시장은 향후 전세가격 하락 및 안정 가능성보다 전셋값 상승 우려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의 냉각 외에도 물가상승에 따른 건자재 가격 급등이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지며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지는 공사비 분쟁이나 분양가 책정을 놓고 갈등하며 아파트 분양 진도율이 저조하다. 실제 경기도(26.3%)를 필두로 경남(22.7%), 충북(21.1%), 부산(16.9%), 서울(13.6%), 대구(12.7%), 세종(0%) 등지는 연초 계획대비 연내 아파트 분양진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선분양 시장에서 인허가·착공 감소는 분양감소로 이어지고 3년 전후 준공(입주) 물량 감소로 연결된다. 준공 물량 감소는 다시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전세 매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고해지거나 장기화할 경우, 이는 전세가격 상승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내년 수도권 아파트 준공(입주) 물량은 전년(15만 2939가구)보다 30% 감소한 10만 6139가구에 머물 전망이다.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일부 전이되며 수도권 주요지역의 매매가 상승과 거래량 증가로 연결되거나, 아직은 이른 우려이긴 하지만 높은 전세가율과 지역 내 개발 호재를 이용해 일부 지역에서 갭투자 수요가 발현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전세시장에 매물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연립·다세대 유형의 전세 임대 기피를 해결해 아파트로 몰린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비아파트 주택유형의 전세보증 문턱을 낮춰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완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7일 정부가 전세 안정대책의 전초전 역할을 할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LH는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피해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한 후 그 주택을 공공임대로 피해자에게 장기 제공할 예정이다.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LH 감정가 - 경매 낙찰가)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매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 차감, 부족 시 재정 보조(10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저렴한 비용으로 추가로 거주(10년+10년)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정상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경매 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 전환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회복을 돕고 최대 20년 장기거주가 가능토록 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다만 전셋값 상승이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지속한다면 주택시장의 다양한 부분에 부정적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꾸준한 모니터링과 해결방안, 혜안을 담은 시장 안정대책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리서치 부장대우(2024.03.04~재직중)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위촉(2023.06.29~2024.06.28)

▲전 ㈜직방 빅데이터랩장(2018.4~2024.02.20)

▲전 서울시 지방세 세수추계 자문위원(2022.6~2023.12)

▲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2012.11~2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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