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한동훈이 띄운 '지구당 부활'…김영배·윤상현 법안 발의
野 '당원권 강화' 명분에 한 목소리…與에선 '갑론을박'
한동훈 당권 견제론?…원외 당심 포섭용이란 시각도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 한동훈 전 국민의힘 위원장이 띄운 ‘지구당(地區黨) 부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 모두 이슈 선점에 나서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당대회와 지방선거·대선을 앞두고 원외 세력의 조직화 방편으로 ‘지구당 부활’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다. 3일 오전 기준 김영배 민주당·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지역 정당 조직을 뜻하는 지구당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당협위원장과 달리 사무실·후원금 모금 등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민주당에선 '당원권 강화'를 위한 명분으로 지구당 부활 카드를 꺼냈단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국회의장 경선에서 ‘명심’ 추미애 의원이 패한 뒤 2만 명의 탈당 사태를 수습하고자 당헌·당규를 손보는 등 ‘당심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위원장이 주요 현안으로 해당 이슈를 띄웠다. 뒤이어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등은 찬성 입장을 내놨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면서도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총선 참패 이후 야당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 지역구 기반을 닦으려면 지구당 부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 속 자금의 불투명성까지 제기되며 폐지됐던 만큼 지구당 부활에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의 경로 중 하나이면서, 지역의 후원금 조달자가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 與 잠룡들 "반대"에 가세…'한동훈 견제론'이란 시각도

특히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홍준표·유승민 등 여권 인사들이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20년 전 지구당 폐지를 주도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당 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면서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 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反)개혁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정략적인 접근에서 나온 말”이라며 “민주당은 개딸 정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우리 당은 원외 위원장의 표심을 노린 얄팍한 술책”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일 “(지구당도) 또 다른 진입 장벽이다. 정당 소속을 따지지 말고 현역과 비현역 모두에게 평평한 운동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내 지구당 논의가 특히 치열한 이유로 향후 치러질 전당대회가 꼽힌다. 지구당 부활이 곧 원외 ‘당심’을 얻을 수 있는 핵심 현안이기 때문에, 이들의 지지가 필요한 한 전 위원장이 전략적으로 이슈에 불씨를 당겼다는 시각이다.

지구당 부활 반대론을 고수하는 인사들이 차기 당권주자로 부상한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