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고성장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 전력 수요를 촉발하며 관련 업계에 호황을 불러왔다. 전력 생산시스템 효율화,  전력 수요·공급 매칭 등 AI 생태계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재생에너지를 여러 국가 및 지역과 연계하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HVDC)망과 각종 해저케이블, 전력 분산화 기조에 따른 ESS(에너지저장장치) 저변 확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업계는 ‘전력 빅뱅’의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들이 초고압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 관계자들이 초고압변압기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지난 4월 효성중공업은 에너지 시장 분석 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최우수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에게 부여하는 ‘에너지 스토리지 티어 1’에 2분기 연속 등재됐다. 

2000년대 후반 이 사업에 진출한 효성중공업은 200개 이상 국가에 2.7기가와트(GW)의 ESS를 설치했다. 설계·조달·시공(EPC)과 유지보수(O&M)의 강점을 활용한 토탈 전력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주력 제품은 100MVA(메가볼트암페어)급 이상의 변압기다. 미국과 유럽 외에 아프리카, 중동, 호주 등에서 전력 장비를 수주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후 송배전 변압기 교체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설치 및 재생에너지 보급과 맞물려 실적 성장이 특히 기대되는 지역이다.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제작 현장.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 초고압변압기 제작 현장.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미국 송배전 전력의 약 90%는 100MVA 이상의 대형 변압기로 전달되는데 이 중 25년 이상 노후된 제품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변압기의 수명이 통상 30~4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속적인 교체 수요가 예상된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의 생산 능력을 2배 확충해 현지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멤피스 공장의 매출은 2022년 620억원에서 지난해 1482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엔 4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럽에선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을 중심으로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수출이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지역별 해외 수주 비중은 유럽 40%, 미국 22%, 중동 20%, 아프리카 9% 등이다.

2020년 아이슬란드 최초의 245kV(킬로볼트) 디지털 변전소 가스절연 개폐기를 수주한 후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그간 아이슬란드 전력청과의 파트너십 구축, 네덜란드 R&D센터 건립 등으로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효성중공업이 지난해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 및 운영 중인 ESS 시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효성중공업이 지난해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설치 및 운영 중인 ESS 시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환경을 중시하는 유럽의 사정을 고려한 친환경 전력기기 개발도 한창이다. 400kV로 적정용량을 높인 친환경 합성유 변압기를 영국에 수출 중이며 전기차 충전용, 해상풍력 발전용으로까지 제품군을 다변화시켰다. 

지난 4일에는 모잠비크 국영 전력청과 428억원 규모의 전력망 강화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오는 2029년까지 220kV급 초고압 변압기 14기를 교체 및 증설 공급한다. 모잠비크 정부는 노후 변전소의 설비 개선을 전개할 파트너로 효성중공업을 택했다. 저가를 내세운 중국 등 경쟁 기업이 모잠비크 시장을 장악했던 종전과 달라진 변화다. 

효성중공업은 2013년 모잠비크 가자 지역 전력화 사업에 참여하며 아프리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에티오피아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에서 초고압변압기와 ESS 공급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0년 이상의 검증을 통해 품질과 운용 노하우를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약 업무협약 서명식'에서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왼쪽부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삽교섭본부장, 마르셀리노 알베르토 모잠비크 EDM CEO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지난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계약 업무협약 서명식'에서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왼쪽부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삽교섭본부장, 마르셀리노 알베르토 모잠비크 EDM CEO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는 “이번 모잠비크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톱클래스 공급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신규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9845억원의 매출과 5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영업이익은 298% 급증했다. 실적 증가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2695억원과 1017억원을 예상했다. 

2021년 3조94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조3006억원으로 확대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5%, 당기순이익은 7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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