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ESG채권 규모 늘려
금리 ↓ 혜택 ↑ ESG채권 통해 위기 극복
'그린워싱' 논란은 철저한 검증 요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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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카드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었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에서 눈을 돌린 카드사들은 비교적 조달금리가 낮고 수요가 높은 ESG채권 발행을 늘리며 상생과 자금조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일각에선 채권 발행 이후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전채나 ESG채권 모두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지만 각 채권의 발행 성격이 다른 만큼 투자 후에도 용도에 맞게 자금이 활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곳곳에서 ESG채권과 관련한 논란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카드사들은 1조6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사회적채권이 5600억원, 녹색채권이 5000억원 발행됐다. 지난해 2조3200억원의 ESG채권을 발행한 카드사들은 올 상반기 역시 본격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면서 매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ESG채권이란 발행자금을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채권을 말한다. 정확한 명칭은 '사회적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며 업계에서는 'ESG채권' '사회공헌채권'이라고도 부른다. ESG채권은 발행 목적에 따라 △사회적채권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으로 분류된다.

카드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카드다. 우리카드의 올해 ESG채권 발행규모는 3900억원이다. 지난 2021년 5300억원을 발행을 시작으로 2022년에 73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 규모는 무려 1조17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두 번째로 ESG채권을 많이 발행한 곳은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22일 3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ESG채권 25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어 하나카드가 올해 1700억원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해 세 번째로 규모가 높았고 지난달 삼성카드도 1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반면 ESG채권을 발행하지 않은 KB국민·롯데카드의 경우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KB국민·롯데카드는 각각 지난 4월·5월 2500억원, 178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여전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년 ESG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며 "자금 조달 채널 다변화에 따라 금액은 매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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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에 각종 혜택 있는 ESG채권 선택

카드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는 떨어질 줄 모르는 금리 때문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여전채 이자율이 높아지며 ESG채권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1년 1%대 수준에 머물렀던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2022년 한때 6%대까지 오르더니 이달 5일 기준 3.701%(3년물, AA+ 기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과거 높은 금리로 발행했던 카드채의 물량 역시 다수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올 6월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 물량은 18조6100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에 카드사들은 다른 채권에 비해 금리가 낮은 ESG채권을 통해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 면제와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고금리 리스크를 줄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ESG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사회 가치 창출에 쓰이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유리하다. 카드사들은 사회적채권을 통해 중소 카드 가맹점에 대한 금융 지원에 활용하고 있고 녹색채권은 친환경 차량 할부금융 제공에 활용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 트렌드가 ESG로 귀결될 만큼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ESG채권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ESG채권 발행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채권 발행과 동시에 철저한 사후관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ESG채권과 관련해 곳곳에서 일종의 '위장 환경주의'를 뜻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일반 채권과 비교해 ESG채권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자금 조달 목적인 만큼 투자 후에도 용도에 맞게 자금이 활용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 ESG 프리미엄 효과가 기대보다 약하다는 점도 장기적인 측면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ESG채권 역시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그대로 받으면서 채권 시장이 악화하면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카드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선택하기도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각 사별로 조달 전략에 따라 ESG채권, ABS 등을 선택하고 있다"며 "ESG채권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시장금리가 높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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