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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롯데면세점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 외국인 관광객 쇼핑 트렌드 변화 등으로 쌓인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영업면적 축소와 임원 급여 삭감 등 극단적인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25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견뎌왔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외부 환경의 변화 등으로 성장은 멈췄고 수익성은 악화됐다”며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인 비상 경영체제 전환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며 “변화된 시장에서 발 빠르게 경영 체질을 혁신하고 미래를 준비한다면 100년 기업으로서 우위상은 높아지고 자부심은 더욱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이사가 밝힌 조치는 ▲고강도 사업부 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 제고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 통합 관리를 통한 수익구조 안정화 ▲조직 슬림화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구축 ▲임원 급여 삭감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전환하고 3개 부문과 8개 팀을 축소해 신속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전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하는 파격적인 조치도 감행한다. 여기에 향후 사업 규모와 성과에 따라 임원수도 조정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비상 경영체제 선포의 첫 단추로 지난 19일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 축소를 결정했다. 해당 매장은 2017년 6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4599㎡ 규모로 확장 오픈했던 곳이다. 월드타워점 전체 면적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다. 회사는 최근 브랜드 협력사들에게 매장 축소 관련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김 대표는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및 성과 향상 교육 등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즉,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으로 인원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2년 12월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 축소의 경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대와 고객 동선 일원화에 따른 쇼핑 편의 극대화로 경쟁력 회복과 가치 제고 등이 목적”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은 하반기쯤 계획하고 있으나 명확한 시기나 규모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에 나선 건 엔데믹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는 업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누적 적자 규모는 537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한 면세점만의 위기는 아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쇼핑’에서 ‘경험·체험’으로 이동하며 면세점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한때 면세점 큰손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도 발길을 끊었으며, 고환율로 내국인 매출도 부진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 수는 602만4290명으로 전년 대비 285.4%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액은 2022년 16조원에서 지난해 11조원으로 32.4% 줄었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인들의 발걸음은 CJ올리브영으로 향했다. 올리브영의 지난 1~5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최근 K-팝이나 K-푸드를 만날 수 있는 핫플레이스를 여행 리스트에 넣고 있다”며 “달러 강세로 인해 면세점 쇼핑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뷰티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과 소셜미디어에서 인기있는 중소 브랜드가 어우러진 올리브영이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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