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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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 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 결과 시중금리는 하락세로 전환됐고,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이뤄질 기준금리 인하가 일회성이 아닌 기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서서히 프라이싱(Pricing‧가격책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달 FOMC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기존 3회에서 1회로 예상 횟수를 하향,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매파적인 통화정책 이벤트로 불릴 만했다.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치를 통화당국 스스로가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 결과 연쇄적인 결과이긴 하나 금리 인하를 개시하는 시기 역시 종전보다 상당히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연초부터 물가 상승세가 예상 수준을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과연 금리 인하 자체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정도로 우려의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 기대 심리는 크게 후퇴했던 것이다.

따라서 FOMC 직전에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나 불안감이 어쨌든 올해 연준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겉으로는 매파적, 실질적으로는 비둘기파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울러 이후 확인됐던 경제 지표들 역시 실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은 해소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FOMC와 같은 날 발표됐던 지난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예상 수준을 밑돌아 그보다 앞서 발표됐던 물가 지표들이 연초 계절적인 요인들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세간의 평가를 확인했다. 월말 집계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역시 금융시장의 예상 수준을 충족하는 수치로 집계됐다.

특히 PCE 물가의 경우, 연준이 가장 예의주시할 뿐만 아니라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지표라는 점이 부각됨에 따라 9월 금리 인하 개시에 대한 전망은 차츰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경우, 내년까지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연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중금리는 중장기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대까지도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형성을 기대하며 하락했음에도 그 하단이 번번이 제한될 움직임을 나타낼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도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인상 종료, 인하 개시’에 대한 기대가 형성됐을 당시 미국 재무부채권(TB) 10년 금리는 3.8%대를 하회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최근 하락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4.2~4.3%에서 막히는 모습이다. 채권 랠리의 정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통화정책 전환(Pivot‧피벗) 기대가 다시금 작동되고 있음에도 시중금리의 하락이 제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시점에서 가장 설득력을 지닌 내용은 역시 미국 국채 발행 물량 증가, 즉 국채 수급에 대한 부담이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 정부는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한다거나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느슨한(?) 재정 운용은 올해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국채 수급에 대한 부담은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게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CBO)에서 발표한 미국의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 정부의 재정적자는 기존 제시된 전망(2월)에 비해 GDP 대비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치가 상향됐다. 또한 향후 10년 전망 역시 연도별로 발표된 수치들이 기존 수치들에 비해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이 같은 수급 불안은 향후 국채 물량과 관련된 이슈가 채권시장의 핵심적인 ‘내러티브’(Narrative‧서사)로 형성될 경우 언제든지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이번과 시중금리의 하락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의 낙폭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시장 참가자들의 국채 수급 여건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프락시(proxy‧대리)인 기간 프리미엄 역시도 이제는 종전에 비해 저점 레벨이 제로(0) 전후에서 크게 높아졌다. 그만큼 시중금리가 피벗 기대를 반영하며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수급 이슈로 인해 종전보다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반면 한국 금리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클 뿐만 아니라 반등하는 국면에서도 그 폭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대통령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미국에 비해 빠른 기준금리 인하가 개시될 수 있다는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미국에 비해 국채 발행 물량과 관련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향 및 전망과 밀접한 관계를 둔 국고 3년 금리가 이미 한차례 인하가 이뤄졌을 경우에 해당하는 기준금리인 3.25%를 여러 차례 하회하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향후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가 상당한 사이클을 형성하며 기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 역시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를 반영한 3.25%가 아닌 그 이상의 인하를 반영한 3.00%를 프라이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가파르게 낮아진 한국의 시중금리는 인하 횟수 2차례 이상을 반영하면서 이뤄진 채권 랠리이다. 전략적인 관점에서도 절대적으로 큰 금리 레벨 부담에도 불구하고 채권 운용자들이 좀처럼 채권을 매도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들이 반영된 금리 동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했지만, 향후 이뤄질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큰 틀이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 그 결과 채권에 대한 매수 심리를 강하게 이끌어냈지만, 구조적인 국채 수급 부담에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보다 국채 발행 물량에 구조적인 부담은 덜한 편이다. 동시에 건전 재정 및 국채 발행 물량을 관리함으로써 적어도 수급 변수로 인해 금리를 크게 상승하거나 혼란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의 방향성 자체는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지만, 그 폭이나 강도에 대해서는 차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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