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칼럼
비대면·디지털 시대, 불법 스포츠 도박 활개…불법 시장 양성화 등 서둘러야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차단과 검거 실적 등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차단과 검거 실적 등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

열심히 일한 사람 대신 엉뚱한 사람이 이득을 본다는 뜻의 옛 속담이다. 여기서 일한 사람이란 이득을 본 그 어떤 사람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구단과 선수의 재주로 막대한 '검은 돈'을 쓸어 담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관람스포츠는 스포츠산업 시장의 중심이자 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승부 콘텐츠는 구단의 투자 결실이자 선수들에게는 땀과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중요한 제화가 불법적으로 엉뚱한 사람들의 배를 채우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랄 일은 불법 자금의 규모다. 지난해 경찰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적발했다. 인터폴 적색 수배에도 불구하고 10년 여간 도피를 이어온 그들이 저지른 불법 자금의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 불법 확산 촉매제 된 비대면·디지털 전환 시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년간 불법 도박에 몰린 자금은 81조5474억원으로 추산된다. 스포츠 도박이 50조5106억원, 사행성 게임장과 온라인 카지노가 각각 14조9806억원과 10조6250억원 순이다.

문제는 불법의 형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이후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비대면 문화 확산과 디지털 기술 발전 등은 되려 불법 확산의 촉매제가 됐다. 추적 회피는 물론 해외 유명 리그 중계의 불법 스트리밍 쯤은 식은죽 먹기다.

갈수록 어려워 지는 단속도 심각성을 더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신고 및 처리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 접수 건 대비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차단 실적은 지난 2018년 83% 수준에서 올해 8월 40%대로 반 토막 났다.

검거 실적도 미비하다. 지난 2018년 기준 불법 스포츠도박 정황에 대한 수사 의뢰 건수 대비 검거율은 61.5%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 되면서 올해 8월까지 검거 비율은 28%대로 감소했다. 4년 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이용자의 증가세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 A씨는 중2인 아들이 언제부턴가 이름 모를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잠도 자지 않고 해외 축구를 시청하길래 "축구가 그렇게 좋니"라고 물었더니 "돈을 걸었으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와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불법스포츠도박 신고 사이트 갈무리.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불법스포츠도박 신고 사이트 갈무리.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청소년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참여는 집과 학교도 가리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쉬는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어느 팀이 이겼고, 어느 팀에 걸었어야 한다"는 식의 대화가 들릴 때면 불법 스포츠 도박 참여를 의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 합법 게임 규제 과잉…불법 시장 양성화 시급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단속 실적이 눈에 띄게 미진한 이유는 고도화된 기술 환경 때문이다. 김영록 서강대 교수(전자공학과)는 "글로벌 망 기술이 평준화 된데다 신호 체계의 다양한 해킹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법 사례에 대한 모니터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사행산업 건수는 현장 단속이 1223건인 반면 온라인 단속은 11만8672건에 달했다. 불법 도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간 결과다. 추적과 차단 등을 회피하기 위한 불법 기술이 점차 고도화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합법적인 스포츠 승부예측게임을 양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에선 스포츠 베팅 비즈니스가 스포츠 시장의 '효자'로 평가 받는다. ‘스포츠 애널리스트’라는 새 직군도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사행성이란 인식에 부정적 인식에 갇혀 있다.

국내 스포츠 베팅 게임은 지난 2020년 3월 웹보드게임상의 합법 게임으로 지정됐다. 지난 5월에는 게임 머니 구매 한도를 월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커뮤니티를 형성해 게임 머니를 이용해 팀 승부를 예측하는 경기 분석 마니아들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스포츠 승부예측게임은 여전히 게임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규제를 받고 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상 배당 등을 내용으로 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승부예측게임물 등은 사행성게임물로 분류하고 있다. 분석의 결과를 우연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는 게임법의 제정 목적인 산업 진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법이 불법 사행성게임물 유통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가 나올 수밖에 없어 되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스포츠 승부예측게임물 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웃 돌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이를 차단하고 검거하는 실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다"며 "실효적인 대응책 마련과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 남서울대학교 겸임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레저산업부 · 문화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편집국장 · 대표이사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 한국관광서비스평가협회 이사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