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연변호사의 건설분쟁]

우지연 건설 전문 변호사.
우지연 건설 전문 변호사.

[K그로우 전문가 칼럼=우지연 변호사] 일반적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분양계약서 “기타사항” 조항에는 분양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이러저러한 조항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견본주택에 시공된 제품의 마감재의 색상, 디자인, 재질 등은 실제 시공시 견본주택과 다소 상이할 수 있음.”, “단위세대 천정내부에 상부세대 배관이 설치되어 배관소음 발생 및 점검구가 설치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이후 이로 인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등이 그 예이다.

개별하자에 대한 이와 같은 책임면제조항은 크게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모든 하자에 대한 하자담보책임 자체를 면제하도록 하는 분양계약서도 있어 문제가 된다.

필자가 하자소송을 진행한 한 아파트의 분양자A는 분양계약서에 아예'매수인은 사용검사 당시의 상태대로 아파트를 인수하며, 입주 후 피고B가 설치한 것 이외의 시설물의 추가 또는 변경 등을 요구하지 못한다.‘라고 분양계약서에 기재하였고, 이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이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분양계약 체결 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분양자가 하자담보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분양계약서의 위와 같은 책임면제 조항은 유효할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집합건물법’) 제9조 제4항은 “④ 분양자와 시공자의 담보책임에 관하여 이 법과 「민법」에 규정된 것보다 매수인에게 불리한 특약은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법으로써 매수인에게 불리한 약정 내용을 무효로 할 수 있는 편면적 강제규정으로 집합건물법이 구분소유자의 하자담보추급권을 두텁게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규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집합건물법 조항의 강행규정성을 근거로 들어 다음과 같이 하자담보책임 면제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①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이 사건 채권양도세대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 A의 시공상 잘못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발생한 개개의 하자를 일일이 확인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A의 부실시공 등으로 인한 아파트의 하자까지 모두 반영하여 분양대금을 정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위 약정은 법률 또는 계약에 의하여 가지게 되는 하자담보책임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는 권리마저 포기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분양자의 담보책임에 대하여 민법에 규정하는 것보다 매수인을 불리하게 한 특약은 효력이 없는 점{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9조 제2항}.

③ 집합건물법상 하자담보책임은 분양자로 하여금 견고한 건물을 짓도록 유도하고 부실하게 건축된 집합건물의 소유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분양자의 담보책임 내용을 명확히 하는 한편 이를 강행규정화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들이 주장하는 분양계약의 내용만으로는 이 사건 채권양도세대들이 분양계약 체결 전에 발생한 하자에 관한 집합건물법상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이 사건 채권양도세대들이 이 사건 아파트의 사용검사일 이전에 발생한 하자에 관한 하자보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약정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약정은 집합건물법 제9조 제2항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위와 같이 분양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거나 하는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합건물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 바르게 알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 우지연 건설 전문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해강 서울사무소 책임변호사로 10년째 아파트 하자소송을 전문으로 수행하고 있다. 액체방수 일정 두께 이상 시공, 스프링쿨러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근시트 미시공, 타일부착 강도 부족 전면철거 후 재시공 판결 등 굵직한 승소 판결들을 받았다. 현재 지능형 홈네트워크 기준 위반 관련 하자소송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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