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9월에도 3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진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연합뉴스
지난 3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9월에도 3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적자가 6개월 연속 이어진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연합뉴스

강달러 현상 및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삼중고’(三重苦)가 점차 현실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원•달러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섰고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는 14년 만에 적자(8월 기준)를 기록하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리고 무역액 대비 무역적자가 올해에 3.3%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전인 7.4% 다음으로 가장 큰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 상황은 외환위기의 발생 당시보다는 나은 상태라 크게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제2의 외환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으므로 적극적인 경계가 필요하다.

우선, 희망적인 뉴스는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로서 세계 9위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IMF 위기 당시의 39억 달러와 비교할 때 상당한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1997년 당시 약 286%까지 상승했던 단기외채비율(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이 현재는 42%로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우려할만한 모습도 있다. 우선 지난 1개월 사이에 외환보유액이 약 197억 달러 감소했으며 이는 2008년 10월 이후 약 14년 만에 기록한 최대치이다. 외환보유액 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외환시장 개입이다. 

즉,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커지자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며 환율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여전히 강한 상황이고 이에 따른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강달러 현상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의 금리인상 및 높은 인플레이션 이외에도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경제정책의 엇박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영국의 중앙은행(BOE)과 정부가 정책 혼선을 빚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에 부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대규모 감세정책과 함께 국채발행을 통한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확대재정 정책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시장과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잃게 되었다.

당초 영국은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에너지 요금의 상한선을 높이려고 했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하면서 에너지 요금의 상한선을 동결하고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 재원으로 국채발행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내부적으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원래 BOE는 영국의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영국국채를 매각하면서 유동성 축소(QT)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 국채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영국국채를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극심한 정책혼선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달리 여전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 금리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미국과 달리 경기부양을 위해서 저금리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24년 만에 일본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내세우면서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방역정책이 오히려 경제성장에는 역효과를 주고 있다. 실제로 세계은행(WB)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측하면서 중국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5%인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경제에 적색등이 켜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외에도 작년에 세계경제를 긴장시켰던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현재까지도 중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정부가 대출금리 인하 및 규제완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경제가 ‘하드 랜딩’(경착륙)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상당히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들이 이미 복잡하게 얽힌 위기상황에 놓여 있어서 세계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더해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최근 원유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OPEC+가 감산을 하게 된다면 다소 진정되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며,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글로벌 스태그플래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여러 해외 악재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2%로 하향조정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에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원화를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화와 함께 취약한 통화로 꼽았는데 그 근거로 경상수지 적자를 제시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8월의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가계부채가 약 1869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 그에 더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계속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잘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리금의 상환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 이외에도 개인들의 과도한 ‘빚투’(빚으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등은 적극적으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경상수지 적자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상황이 결국 경제위기를 야기시켰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해외자본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모두 나서야 한다. 당분간은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절약함으로써 원유 수입액을 줄이는 등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요망된다. 위기가 터진 뒤 수습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위기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캠페인이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국회와 언론의 역할이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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