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6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종신 집권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반열에 오른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미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지만 미·중 갈등 확산과 경제 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더욱 큰 긴장 관계가 형성될 것인 만큼 충분한 대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5일부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대관식이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의 집권에 이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시 주석은 국가주석은 5년 임기를 연임하면 퇴임한다는 원칙을 무력화하고 원톱 체제를 강화했다. 중국 공산당이 유지해온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권력을 거머쥔 시 주석의 의사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결정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에서부터 공세에 나섰다.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원칙 하에 무력에 의한 대만통일을 지향점으로 제시한 셈이다. 

3연임에 대한 관심이 쏠려 있는 행사의 개막을 대만에 대한 압박으로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통제와 경제 상황 악화라는 내부 악재를 덮기 위해 대만 문제를 들고 나오며 미국과 각을 세우는 효과를 노린 셈이다.

시 주석의 행보에 가장 주목하는 곳은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반도체 공급망 문제와 중국의 인권 경시를 강조해 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 의회 차원의 대만 지원까지 겹치며 미·중 간 갈등은 평행선을 그리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중국몽’을 강조하며 중국을 미국에 맞서는 국가로 만들려 해왔다. 집권 1기에는 성과를 내는 듯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했다. 

집권 2기 들어 미국의 반격이 시작되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초 베이징을 방문하며 시 주석과의 스킨십을 강화했지만, 이후에는 미·중 무역 갈등을 촉발하며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자식에게 중국어를 교육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일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 내에 불었던 중국어 교육 열기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정책을 줄줄이 뒤엎었지만, 대중 압박 정책은 오히려 강화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시 주석의 3연임을 비꼬는 칼럼을 실은 것은 미국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브렛 스티븐스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축복의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 집권 기간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다 오히려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과거 세계 문명을 주도했던 중국의 영광을 재현해 미국에 맞서려는 계획은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의 자신감이 드러난 예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신장 위구르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시 주석 3연임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제가 하락세인 것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주장해온 ‘소프트 파워’가 받쳐주지 않는 한 중국이 군사와 경제력을 앞세워 세계를 주도할 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인 것도 부담스럽다. 중국 당국은 당대회 기간 예정됐던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도 연기했다. 중국이 경제 지표 발표를 연기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 상황을 지켜보는 서구사회의 시선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였다. 시장은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5.5% 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 주석의 대관식을 위해 경제성장률 발표까지 미루는 중국의 상황은 비정상국가라는 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아울러 경제 부진을 이용해 사회의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에서 안보를 91회나 거론했다.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은 당대회 개막식에서 안보를 크게 중시하지 않았다. 덩달아 인내는 168번이나 거론해 첫 임기 개시 연설에서 128번 거론한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자국민에게는 인내를 요구하며 외부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3연임,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영향을 미칠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제 정세도 격랑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미·중 양국이 핵심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으르렁댔지만 이후 타협책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지는 모습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중국을 억제하려는 외부의 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오히려 자신을 중국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호신으로 표현했다.

미국도 강대강 대응을 예고했다. 백악관이 중국 당대회 개막 전 발표한 국가안보 전략은 중국이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분명한 의도와 점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라고 지목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시 주석의 대만 통일 발언 직후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당국도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스스로 마오쩌둥, 덩샤오핑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에게 놓인 숙제는 만만치 않다. 미·중 수교를 통해 개혁개방의 틀을 만들고 중국 발전의 기틀을 세운 덩샤오핑과 달리 시 주석이 그리는 미래는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유 진영과 중국의 경쟁만이 보인다.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미·중 갈등은 고통의 길로 가는 시작점에 불과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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