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2라운드에서 동반 경기한 로리 매킬로이와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2라운드에서 동반 경기한 로리 매킬로이와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골프한국] PGA투어에 등단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차인 김주형(20)이 어느새 PGA의 유명인사가 됐다. PGA투어닷컴 홈페이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와 관련된 기사와 칼럼이 뜨고 골프 관련 저널리스트들은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그의 일정을 쫓느라 바쁘다.

 

지난 20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랜드의 콩가리GC에 열린 더 CJ컵 대회 공식 기자회견 장면과 함께 라운드한 선수들과의 활발한 교류는 그가 얼마나 개방적이고 사교적인가를 보여준다.

대회 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은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33·아일랜드)를 위한 자리다.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1·2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할 김주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매킬로이는 “지난 몇 달간 보여준 그의 상승세는 정말 대단하다. 모두가 이 선수가 가진 재능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킬로이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화제의 주인공인 김주형이 마이크를 들고 일어나 매킬로이에게 유창한 영어로 질문했다.
“당신은 어릴 때부터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해왔다. 젊은 선수로서 많은 성공을 거둔 건 어떤 느낌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투어를 뛰며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는가”하고 물었다.

김주형의 돌발 질문에도 매킬로이는 웃으며 “나는 김주형만큼 어린 나이에 그만한 성공을 누리지는 못했다”라고 겸손함을 보인 뒤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관리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김주형에게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조언했다. 이 말을 들은 김주형은 “Awesome!(멋지다)”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주형은 “더 발전해야 한다. 지금 있는 자리에 만족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PGA투어에는 더 성공한 분들이 많고 지금에 만족하면 미래가 걱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PGA 투어 2승을 한 뒤 축하주로 맥주를 마셨냐”는 매킬로이의 질문에 김주형이 고개를 젓자 실망한 듯한 로리 매킬로이는 “21살이 돼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 당신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주형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매킬로이와 어깨와 가슴을 부딪는 격한 포옹을 했다.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매킬로이는 김주형과 라운드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김주형이 380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매킬로이의 장타력을 보고 장타를 치기 위한 스피드 트레이닝 비법에 대해 묻자 매킬로이는 “나이가 더 들고 체격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는 말도 해줬다. 

매킬로이는 “지난 50년 동안 21세 전에 2승을 기록한 선수는 김주형 단 한 명뿐이었다. 히데키 마쓰야마와 닮았다고 말을 했지만 아직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대로 놔두면 멋진 커리어를 쌓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회 때 사전 인터뷰하는 조던 스피스,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회 때 사전 인터뷰하는 조던 스피스,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보유한 조던 스피스(29)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주형은 정말 좋은 선수다. 호기심도 많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질문을 많이 한다.”며 “예전에 잘 몰랐는데 그가 최근 댈러스로 이사해 나와 같은 인스트럭터, 트레이너와 훈련을 해서 자주 만나는데 정말 좋은 선수”라며 칭찬했다.

그의 긍정적이고 유괘한 사교성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PGA투어닷컴의 수석 칼럼니스트 벤자민 에버릴이 그에게 ‘PGA의 CEO(Chief Energy Officer)’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를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원으로 뽑은 단장 트레버 이멜만도 그와 한번 만난 뒤 반했다.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김주형만큼 전방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기를 끈 사례는 없었다. 우승이라도 하면 의례적인 인터뷰 기사가 실리지만 선수 개인의 특성과 매력이 주제가 된 경우는 없었다. 

도대체 김주형의 무엇이 스포트라이트를 모을까, 그리고 주변에 긍정적 에너지와 유쾌함을 전파하는 비상한 능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노마드(nomad·유목민) 기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그러면서 가축을 몰고 목초지를 찾아 나서는 유목민처럼 바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과 소통하며 어울리는 능력을 습득했으리라고 생각해본다. 

성공한 노마드라면 전방위적인 소통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필요조건이다. 어디에 좋은 목초지가 있는지, 가축들이 안전하게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곳의 분위기는 어떤지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새로운 목초지에 도착해서는 그쪽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주변 유목민과 친교를 유지하는 사교성도 필요하다. 종합하면 유목민에겐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적이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회에 출전한 김주형,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in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회에 출전한 김주형,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for THE CJ CUP

 

 

그런데 골프를 철저하게 해부해 들어가면 골프야말로 전방위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육체, 정신과의 소통은 기본이고 골프 도구, 다양한 골프 코스와 기후, 동반 플레이어들, 캐디, 갤러리, 미디어 등과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김주형은 타고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다. 여기에 다양한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 이 정도면 PGA투어 스타가 될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더 CJ컵 대회에서 김주형은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11위를 기록, 아쉽게 톱10을 놓쳤지만 상승기류의 동력은 여전했다. 

디펜딩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가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하며 스코티 셰플러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2012년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그로선 9번째 세계랭킹 1위에 등극이다. 김주형은 매킬로이를 지켜보면 미래의 자신을 생각할 것이다. 

이 대회에서 이경훈(31)이 15언더파 269타로 단독 3위에 오른 것도 최근 김주형의 역주가 한국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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