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임윤찬이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 올해 가장 핫한 클래식 스타는 역시 임윤찬이다. 지난 6월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만 18세) 챔프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결선 영상은 현재도 유튜브 조회수 900만회에 육박하며 현재진행형 빅히트를 치고 있다.

진짜 놀란 것은 멘트다. 의젓하고 참신하다. “여태까지 피아노만 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승했다고 실력이 더 좋아진 건 아니니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 “제 꿈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하고만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음악만을 위해 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넷에 ‘임윤찬 어록’이 떠돌며 그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세계 클래식 시장 큰손들도 눈독을 들였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매니지먼트사 IMG 아티스츠가 임윤찬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머레이 페라이어·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힐러리 한·사라 장, 그리고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바실리 페트렌코 등 톱 클래스들과 한식구가 됐다. 든든한 빽이 생겼으니 앞으로 유럽과 북미 무대 활동에 날개를 단 셈이다. 임윤찬도 “전 세계에 있는 위대한 관객과 음악홀을 만날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윤찬은 지난 10월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황홀한 밤을 선사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원코리아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들려줬다 국내 무대에서 ‘황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 정교하면서도 기품이 넘쳤다. 가슴을 뒤흔든 2악장의 낭만적인 연주에 관객 2000여명은 숨을 죽였다.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정명훈은 얼굴 가득 아빠미소를 머금은 채 포옹을 해줬다.

조성진이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한 뒤 지휘자와 포옹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조성진이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한 뒤 지휘자와 포옹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2.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 마곡지구에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등장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이 문을 열었다. 개관공연은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이 차지했다. 10월 13일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했다. 그의 콘서트는 항상 ‘광클 전쟁’이다. 금세 솔드아웃이다. 이날 공연도 40초 만에 전석매진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관람했다.

조성진은 서울에서 모두 세 차례 관객을 만났다. 롯데콘서트홀(10월 14일)과 예술의전당(10월 15일)에서도 라흐마니노프 ‘만년의 걸작’을 유려하고 당당하게 터치했다. 때로는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때로는 경쾌하면서도 단호하게 24개의 변주를 촘촘하게 엮어나갔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테크닉이 이어질수록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가장 유명한 18번째 변주는 없는 연인까지 만들어 프러포즈를 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평소보다 긴 머리카락 때문에 야성적 모습도 언뜻언뜻 포착됐다. 협연을 마친 후 사이먼 래틀은 조성진과 힘차게 포옹했다.

임동혁이 이병욱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임동혁이 이병욱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3. 임동혁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 임동혁은 클래식 아이돌의 ‘시조새’다.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10세 때 러시아로 이주해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했다. 1996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형인 임동민이 1위, 임동혁이 2위에 나란히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0년 부소니 콩쿠르와 하마마스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이듬해인 2001년 세계적 귄위의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선 편파 판정이라며 수상을 거부했고,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선 형과 함께 공동 3위를 수상했다. 또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1위없는 공동 4위로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정말 저에게 뜻 깊은 곡이며, 제 연주 커리어상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국내에서 2번 협주곡을 협연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임동혁의 이런 선언 때문에 10월 23일 예술의전당은 관객들로 꽉 찼다. 이병욱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마지막’ 연주를 들려줬다.

1악장부터 열 손가락 마법이 펼쳐졌다. 저음과 고음이 번갈아 교차하는가 싶더니 중간 중간 날카로운 타건이 매서웠다. 2악장은 ‘서정의 극치’를 보여줬다. 오케스트라의 가녀린 오프닝 후, 피아노의 펼친 화음을 배경으로 플루트가 아름다운 주제 선율을 연주하고 클라리넷이 뒤를 이었다. 애간장이 녹았다.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자작나무 숲을 뒤덮은 눈꽃이 피어나고, 두 볼을 빨갛게 스치는 눈보라가 몰아쳤다. 서늘한 아름다움이다. 에릭 칼멘이 ‘All By Myself’를 만든 이유를 알겠다. 3악장을 시베리아 황단 열차처럼 달린 뒤 지휘자와 포옹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국내 4대 금융이 올 3분기(7~9월)에도 서프라이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887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1208억원)보다 18.6% 늘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금융으로 전분기 대비 20.8% 증가한 1조5946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보다 2.7% 증가한 이자이익(2조7160억원) 외에도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세전 4438억원)이 호재가 됐다. 사옥 매각 이익을 뺀 당기순이익 규모(1조2728억원)도 KB에 소폭 앞섰다.

현재까지 ‘리딩 뱅크’는 신한금융이다. 올 들어 누적 순익은 4조3154억원으로 KB금융(4조279억원)을 2875억원 차이로 앞섰다. 이대로라면 올해 신한금융이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금융을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자존심 구긴 KB금융도 막판 뒤집기를 위해 불꽃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배틀이다.

아쉬운 점은 있다. 4대 금융의 꽃길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자기들만 좋으면 안된다. 경제가 호황이면 돈을 빌려 쓰는 사람이 넘치고, 경제가 죽을 쒀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북적댄다. 허가받은 이자 장사의 힘은 이처럼 세다. 그래서 늘 낮은 곳을 살펴야한다. 금융도 임윤찬처럼, 조성진처럼, 임동혁처럼 늘 행복을 주는 존재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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