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환율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환율 등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11월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1942년 이후 20번의 중간선거가 있었는데 20번 모두 선거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년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중간선거 직전까지 조정을 받다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반등을 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인데 이번에도 과연 그런 패턴이 나타날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잉대응(?)은 상당부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반 추진했던 ‘더 나은 재건’ 법안을 인플레 감축법(IRA)으로 재포장해 선거에 활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물가 압력을 '일시적'이라고 착각했던 과오가 있어 허겁지겁 금리 올리기에 바빴다.

이번에도 선거가 끝나면 한숨 돌리며 그간의 정책 영향을 가늠해보게 될 것이다.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대중 관세를 부과해 미·중 무역분쟁 여론을 조성하다가, 선거 끝나자마자 시진핑과 전화통화를 하고 브라질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민주당이 불리하다. 상원은 소폭 우세지만 하원은 공화당 압승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금리를 대폭 올려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총기규제, 낙태 등 공화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이슈로 세몰이를 하고 있지만, 경제 실정론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공화당이 승리하면 미국의 후방 지원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때 맞춰 긍정적 소식도 늘어나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 속도조절론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주 미국 재무부가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도 일부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바이든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최근 “경기둔화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50bp 인상됐지만 소수의견이 2명이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에 육박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고, 회사채 시장은 준 자금경색 상황까지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긴축을 고집한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채안펀드, 회사채·CP 매입 등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프로그램 확대 운용을 발표했다.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도 6개월 유예됐다.

물가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망가지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런 의미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인상을 50bp 단행하며 속도 조절로 들어갔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변곡점 기대감이다. 전쟁의 경로를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이 가속화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의 발언 수위가 다소 누그러졌다.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전술핵 사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참전과 확전으로 연결될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후방 지원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시장이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주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부턴 금리인상 속도를 좀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연준 내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동시에 이것이 피봇(pivot·입장 선회)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잡혔다는 시그널조차 없는데, 이러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다시 확 번지기라도 하면 그간의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던 경험이 있어 이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연준의 속도조절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군들이 가치주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다. 빅테크주와 기술주들은 여전히 약한 시세를 보이고 있지만 에너지, 금융, 소재·산업재 등 주요 종목들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앞으로 나타날 장세에 상당한 시사점을 남긴다. 과거엔 중앙은행의 피봇은 유동성 공급으로 인식됐다. 그러다 보니 피봇 기대감이 나타날 때마다 고밸류 성장주들의 탄력이 좋았다.

그러나 이번 중앙은행의 피봇은 경기민감주와 가치주에 긍정적이다. ▲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 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 강제로 억눌렀던 수요를 복원하는 수준에서 피봇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동성에 대한 베팅보다는 경기에 대한 베팅에 가깝다.

속도조절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 예방을 위해 실질금리가 상당기간 (+)권으로 유지된다면, 한계기업들은 자연스레 퇴출되고 인수합병·구조조정이 활발해질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기변동의 진폭을 키우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밸류 전략의 유용성을 높이는 이슈다.

지난 10년간은 경기 사이클의 진폭이 약하다 보니 '구조적 성장'에 베팅을 하는 전략이 시장의 주류였다. 그러나 이제는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경기변동과 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다. 이 역시 가치주 전략의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매크로 환경의 변화 속 동반될 새로운 장세를 적극적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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