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연합뉴스

 

고(高)물가 부담에 꾸준히 상승하던 시중금리가 잠시 하락 반전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통화긴축 행보가 잠시나마 숨고르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연말 또는 2023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될 여지가 큰 상황에서 당장 추세적인 금리 안정으로 평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10월 중순까지 미국, 한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점을 지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에 걸쳐 높은 물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실제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9.1%에서 정점을 확인했으나 이후 3개월 연속 8%를 상회하고 있다. 수치 상으로 물가가 소폭 낮아질 수는 있어도 뚜렷한 물가의 하락 진입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 국면에 대한 금리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며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감속될 수 있다는 기대가 유입되며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듭됐던 타이트한 긴축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던 상황이 일부 연준 관계자들의 인상 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언급들로 인해 짧은 시간에 반전했다. 미국 재무부채권(TB) 10년 금리의 경우 고점 대비로 30bp 가량 하락하며 한때 3%대 재진입을 시도했고, 한국 국고 10년 금리 역시 40bp 이상 속락했다.

특히 한국은 단기자금 및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경색에 대해 정책 당국들이 연이어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국채,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다. 영국, 독일, 호주 등 다른 글로벌 주요국들의 국채 금리 역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감속될 수 있다는 기대로 동반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금리 하향 안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칫 역(逆) 환율전쟁을 유발할 정도로 환율 문제를 반영한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가 각국 통화당국의 정책 트렌드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불거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 축소에 대한 전망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피봇(pivot, 정책 전환)과는 처음부터 상당한 거리가 있다. 즉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거나 유의미한 기준금리 인상 폭을 줄이는 행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연준은 올해 3월 25bp로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 이후 곧바로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과 같은 이례적인 인상을 반복해 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시장의 평균적인 예상대로 이뤄진 금리 인상으로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 된다.

또한 현재 연방금리선물을 비롯한 페드워처(Fed Watcherㆍ연준 정책 분석가) 지표들의 예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때 결국 4차례 연속해서 75bp씩 금리를 올린 이후 12월에나 그 폭을 50bp로 줄이는 것이 채권시장의 기대로 알려진 피봇의 실체다. 아울러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여전히 내년 1분기까지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는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따라서 최근 단기간에 걸친 빠른 시중금리 하락을 연준의 행보나 긴축 사이클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피봇 기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는 항상 베이비 스텝 즉 25bp 인상을 고수했다. 이는 인상 폭을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행위 자체가 경제 주체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빈번해진 25bp가 아닌 ‘이례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 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50bp 인상이든 75bp 인상이든 기준금리 인상 폭으로만 볼 때 물가 문제는 여전히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인상 폭을 50bp로 축소한다는 것을 명실상부한 피봇으로 간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한국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에 따른 충격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경색된 단기자금시장 및 채권시장에 대한 안정 조치로 총 50조원+알파(α)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급속하게 냉각된 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지원책이다.

이번 유동성 지원책은 채안펀드 20조원,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16조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0조원, 증권금융 3조원 등으로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같은 금융정책당국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들 역시 함께 참석했다. 

또한 총 50조원 상당의 지원 규모 역시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 시에 추가 지원의 여지도 확인됐다. 더구나 이번 자금경색 현상의 직접적인 트리거라고 할 수 있는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지급 보증에 대한 재확약을 이끌어낸 것은 정당별 분포가 다양한 지방정부들의 의견 조율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의 자금경색현상은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정책 당국의 대응 역시 한계나 기조 상으로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불가피하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이번 지원책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통화긴축을 진행 중인 한국은행의 입장에서는 이를 즉각적으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당국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금경색현상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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