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8일 SSG-키움의 한국시리즈 6차전. 3승2패로 앞선 SSG가 이기면 시리즈 승부가 끝나므로 속으로 키움을 응원했다. ‘언더 독의 반란’을 최종 7차전까지 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겉으론 SSG가 창단 2년 만에 우승컵을 번쩍 들어 올리길 기원했다. 왜? 투자를 많이한 팀이 우승해야 프로야구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10개 구단 중 팀 연봉이 9위(56억원)로, SSG 투수 김광현 연봉 81억원의 69%에 불과한 키움이 우승을 차지하면 프로야구는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다. 키움이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면 팀 육성과 선수 개인의 투지가 돋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해 선수단 총 연봉에 227억원을 쏟아부은 SSG 정용진 구단주는 매우 허탈해 했을 거고, 전체 야구단 투자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6차전에서 SSG가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려 올해 부진했던 NC, 삼성, 롯데, 두산, 한화는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 투자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됐다.

어쨌든 SSG 우승으로 올시즌이 마무리돼 야구팬들은 당분간 ‘금단현상’에 빠져 잠시 우울하게 됐다. 몇몇 지인들은 “내년 3월말까지 뭐하고 시간 보내야 하냐”며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몇몇 지인들은 ‘야구 발전을 위한 쓴소리’를 뱉어 내기도 했다.

쓴소리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경기력 수준을 높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월드시리즈와 한국시리즈를 비교, 실수를 줄이고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지지 않으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중고교팀이 만들므로 아마추어 육성과 투자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을 한탄스러워 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엿가락 경기 시간’이 팬들의 ‘직관’을 막는 주범인데, 왜 시정이 안되는지 아쉬움을 토로한다. 어떤 이는 필자가 KBO 허구연 총재와 친분이 많은 만큼 개인적으로 건의를 해서라도 반드시 실행이 되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올해 한 경기당 평균 시간(연장전 포함)은 3시간 15분으로 지난해보다 딱 1분이 줄었다. 필자는 경기의 스피드화를 위해 1.투수 코치의 마운드 방문후 신속히 덕아웃 귀환 2.빠른 공수교대 3.불필요한 비디오 판독 요청 자제를 칼럼을 통해 여러차례 지적했다.

KBO 사무국에서도 각 구단에 스피드업 요청을 수차례 했고 심판위원회도 이에 앞장섰다. 그럼에도 각팀 선수단이 적극 호응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갖가지 노력에도 단 1분이 단축됐다니,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을 울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여도 나타난 건 고작 쥐 한 마리)이 바로 이를 두고하는 말이다.

쏜살같이 공수 교대를 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고, 마운드 방문을 마친 투수 코치는 여전히 어슬렁거리며 덕아웃으로 이동한다. 관중석에서도 충분히 판정이 가능할 정도로 확실한 아웃, 세이프 상황인데도 비디오 판독 요청이 남았다고 찬스를 쓰는 팀의 감독은 한심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경기 시간 ‘2시간 50분대 진입’은 프로야구 흥행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초고속 통신망 덕분에 빠른 생활의 리듬에 젖어 있는 2030세대들은 더욱 더 스피드업을 간절히 원한다. 그런데도 각 구단의 노력은 한참 모자란다. 올해 경기당 평균 관중은 8,439명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10,119명)보다 17% 떨어지고 사상 최다였던 2012년(13,451명)의 63%에 불과하다.

15년 전인 2007년(8,144명)으로 후퇴한 만큼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면 ‘1만명대 회복’은 단순한 기대치에 불과할 수 있다. 막연히 내년에 평균 관중이 1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학년이 올라가면 성적이 자연히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것 만큼 안일하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내년에 1만명 달성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1만명 시대는 오지 않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즌을 준비하길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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