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개발 참여로 "제2의 중동특수 잡자"...한국 정·재계 총 출동해 40조 규모 양해각서 체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개인 재산 2조달러(2854조4000억원)’,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은 유례없이 성대했다. 만 37세의 젊은 왕세자

는 17일 단 하루 방안 일정을 소화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한국 정·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달 한국만 돌연 일정을 취소하면서 한국 방문이 불발 위기가 우려됐던 만큼 이번 그의 등장은 극적인 효과까지 겹쳤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우리 기업이 아람코 등 사우디 측과 조율하던 복수의 사업들이 빈 살만 왕세자의 행차와 동시에 마치 순풍에 돛 단 듯 일제히 풀렸다.

하루 일정 사우디 왕세자 왕림에
  대통령과 재계  총수 국빈급 영접

지난 17일 0시 30분께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빈 살만 왕세자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영접을 받고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사우디측은 롯데호텔의 신관과 본관을 구분하는 통로를 통제하고 건물 출입구에 가림막을 치는 등 ‘철통 경비’를 펼쳤다. 또한 입국일 전후로 2주 간 왕세자와 실무자들이 묵을 객실 층의 400여개 객실을 통째로 빌렸다.   

이 중 빈 살만 왕세자가 투숙한 이그제큐티브 로열 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비가 2200만원에 달하는 VVIP용 객실이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전 프랑스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등 유명인들이 머문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출국까지 20시간 동안 우리나라 정·재계의 극진한 대접 속에 일정을 소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빈 살만 왕세자를 초청하고 2시간 30분 동안 회담과 오찬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관저 입주 이후 첫 번째 손님 맞이다. 

오후 5시부터는 롯데호텔에서 국내 8개 그룹의 총수들과의 1시간가량 차담회가 이어졌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4개 그룹 오너들만 만나기로 했지만 회동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뒤늦게 연락을 받고 차담회에 참석했다.

접견 인원이 두 배로 늘면서 차담회 1시간 전 총수들이 급히 호텔로 모여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이례적 상황도 벌어졌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으로 매주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재판 불출석까지 불사하고 이날 회동에 참석했다.

네옴시티 관련 MOU 체결 잇따라

한국의 환대에 화답하듯 빈 살만 왕세자도 막대한 오일머니를 풀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우디 투자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및 기업들과 총 26건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6건은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진 것이다. 

총 투자 규모는 300억달러(40조원)로, 이는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인 약 2070조원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때 체결했던 10조원 투자와 비교해 4배 이상 커졌다.  

사우디가 총 사업비 5000억달러(약 667조원)를 들여 서울 면적의 44배 수준인 2만 6500㎢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관련 한국 기업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이어졌다.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건이다.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시에 39만 6694㎡ 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을 짓고 20년간 운영하는 사업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네옴시티 개발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이 수주할 수 있는 규모가 최소 7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는 네옴시티 전체 수주액 중 13% 수준으로 사우디, 중국 다음으로 많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 건설 기간 임직원들이 머물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협약도 맺었다. 한국전력은 사우디 민간발전업체 ACWA파워와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약정을 체결했고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 5000억원 규모의 네옴 철도 건설에 협력한다.

빈 살만 소유 아람코의 에쓰오일 
9조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 투자

사우디의 한국에 대한 ‘통 큰’ 투자도 이어졌다.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손자회사인 에쓰오일은 지난 17일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최종 결정하고 이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건설사와 샤힌 프로젝트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 체결식을 했다. 총 투자금은 아람코의 한국 내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인 9조 2580억원이며, 이 중 직접투자 규모는 7조 6780억원, 간접투자 규모는 1조 5800억원이다. 샤힌은 '매'를 뜻하는 아랍어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울산에 연간 최대 32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이를 통해 회사의 생산물량 중 석유화학 제품의 비중을 현행 12%에서 25% 수준으로 두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사우디 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에쓰오일의 경험 등을 통해 샤힌 프로젝트가 석유화학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롯데 그룹의 화학 분야 자회사는 사우디에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동아시아 1위 암모니아 유통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에 정밀화학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거점을 통해 선진 시장이 위치한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롯데정밀화학은 연간 50만톤, 약 5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산 암모니아를 수입하며 사우디의 최대 암모니아 바이어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