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우승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골프한국]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한국이름 고보경)가 걸어온 골프 여정은 경이 그 자체다. LPGA투어에 남긴 그의 발자취는 ‘골프 천재’에서 ‘골프 여제’의 길로 이어지고 있다. 타고난 천재성이 바탕이었기에 행운을 잡은 신데렐라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어린 나이에 신데렐라처럼 LPGA투어에 등장, 10여 년을 세계의 톱 골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내달 현대그룹 가문의 청년과 결혼을 앞둔 그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끝난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리오나 메과이어(27·아일랜드)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내달 결혼을 앞두고 최고의 선물을 안았다. 우승상금 200만 달러(약 26억 3000만원).

 

이번 우승으로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타이틀, 베어 트로피 등 각종 개인 타이틀을 석권했다. 올해만 3승을 보태 LPGA투어 통산 19승째다.
챔피언조로 경기한 이정은6(26)는 최종합계 12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라 한국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김효주가 공동 7위(9언더파), 고진영 전인지 안나린이 공동 33위(1언더파)에 자리했다.

 

리디아 고의 골프 역정은 LPGA투어 역사에 꽤 많은 페이지를 차지할 것이 틀림없다.

그가 처음 골프와 만난 것은 5살 때.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살 때 아버지와 함께 동네 골프연습장을 찾았다가 골프채를 잡았다. 금방 이상하게 생긴 막대기로 하얀 공을 쳐내는 일에 재미를 느꼈고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 주었다. 제주 토박이인 그의 부모는 딸이 골프에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난 것으로 판단, 뉴질랜드 이민이란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이민 가서도 생업은 제쳐두고 골프코스가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할 정도로 리디아 고의 골프가 생활의 중심이었다. 

 

9살 때 처음 대회에 나갔다. 11살이 되어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나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코치의 추천으로 예외자격을 얻어 출전할 수 있었다. 지역대회를 석권하며 군계일학의 두각을 보이더니 11살 때인 2008년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14살 때인 2011년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차례로 석권했다. 이듬해인 2012년 US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거머쥐었다.

 

2012년 LPGA투어인 CN 캐나디안 여자오픈에 아마추어로 출전, 최연소(15세 4개월 2일) 우승했다. 박인비가 3타 차로 준우승하고도 우승상금을 챙겼다. 2013년 ISPS 한다 여자 뉴질랜드 오픈에 출전해 LET(유럽여자투어)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우더니 CN 캐나디안 여자오픈을 2연패 했다.

LPGA투어 측도 나이 제한을 이유로 상품가치가 뛰어난 리디아 고를 외면할 수 없었다. LPGA투어 커미셔너가 예외를 인정해 그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때가 2014년, 그의 나이 17세 때다.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타임지는 그를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25인’에 선정했고 LPGA투어에 진출한 첫해 3승과 함께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5년 2월1일 박인비를 밀어내고 LPGA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이후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올해만 3승을 보태 LPGA투어 통산 19승(메이저 2승)을 일궜다. 아니카 소렌스탐(72승) 케리 웹(41승) 로레나 오초아(27승)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에는 못 미치지만 이제 25세이니 앞으로 얼마나 승수를 더 보탤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LPGA투어에서 받을 상은 다 받았다. 신인상,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시즌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세계랭킹 1위. 두 차례의 올림픽 메달(은, 동). 앞으로 승수를 더 쌓아 여자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일만 남았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려면 10년 이상 L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메이저 우승, 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상 중에 하나를 수상하고 누적점수 27점 이상을 받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대회 우승과 베어트로피, 올해의 선수는 각 1점, 메이저대회 우승은 2점을 받는다. 이번 우승으로 누적 점수가 25점이 된 그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리디아 고가 ‘30세 은퇴’를 여러 차례 공언했으나 은퇴 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된다.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가 최종전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가 최종전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그는 18세 되던 해인 2015년 LPGA투어 호주여자오픈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30살에 은퇴할 계획”이라며 은퇴 후 심리학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그는 고려대 심리학과에 진학했으나 골프일정으로 학업에 충실할 수 없어 중도 포기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30세 은퇴’를 재확인했으나 가족이 “만약 은퇴 직전에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가 단 1점 모자란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주 소수의 사람만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 내가 만약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 전설적인 인물들과 나란히 이름이 걸린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내 인생의 목표가 명예의 전당”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LPGA 명예의 전당에는 현재 25명이 올라 있다. 2016년 박인비(34)가 입회한 이후 6년째 가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그의 경기 리듬으로 보면 롱런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천성적으로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갖고 있는 데다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매우 드문 선수다. 몸 관리도 충실하다. 골프 선수라면 본받아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선수다.

 

오는 12월 그를 신부로 맞을 정준(27)에 대해 많은 골프팬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이날 리디아 고가 마지막 홀에서 우승 퍼팅을 마치자 그가 달려나가 깊은 포옹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캘리포니아의 클레어몬트 맥케나 칼리지에서 철학과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한 그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현대차 계열법인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차그룹의 고 정몽구 전회장의 딸인 정명이 현대카드사장의 아들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의 외삼촌이 된다. 

 

아버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입시명문 종로학원의 설립자인 정경진씨의 장남. 정경진의 ‘수학1의 완성’은 같은 학원 스타 강사인 홍성대의 ‘수학1의 정석’과 함께 수험생들에게 수학의 바이블로 통했다.

리디아 고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놓았던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고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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