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미(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미(美)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월 28일 반도체지원법 상의 재정 인센티브 계획 관련 세부적인 내용을 공고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공고의 주된 내용은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적인 지원계획이었다.

당초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는 ‘칩스법'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이 작년 8월에 발효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되어 있었다. 특히 527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 등의 다양한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심사기준이나 조건 등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발표는 이러한 우려가 일부 현실화된 것으로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 전체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3월 3일 개최되었던 ‘수출전략 민·당·정 협의회’에서도 미국이 내건 보조금 지급조건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은 재무상태 뿐만 아니라 경제 및 국가안보 측면 등 다양한 기준에서 미국 정부의 심사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너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지 각계각층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 "한국기업들이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한 이슈는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과 반도체 제조시설을 미국 내로 유치 및 확대하기 위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의 국가안보와 산업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국내외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 상부무가 미국이 지정한 ‘우려대상국’과의 반도체 제조 관련 거래제한과 일정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초과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까다로운 규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즉, ‘우려대상국’의 경우 중국이 타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동안 중국에 막대한 금액을 이미 투자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중국에 대한 추가 투자 및 반도체 관련 거래 등에 있어서 큰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억 5000만달러를 초과하는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서 미리 제출한 기대수익을 초과하는 큰 수익을 달성할 경우 미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의 75%까지 환수한다는 내용이 담긴 점도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미국과 초과이익을 공유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게 있어서 그 이해득실을 세세하게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미국 정부 발표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 제한 등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규정들도 추가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관련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의 반도체 제조시설에 대한 재정 인센티브 지원계획은 결론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및 고립 전략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정한 속도조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고민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과 정부도 다양한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함께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에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많은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적자 규모가 ‘조’ 단위로 예상되고 있는데 만약 실제로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의 반도체 재고율도 통계청에 따르면 265%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고 D램 가격도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 자체에 심각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의 무역수지도 12개월 연속 적자인 것도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의 대응도 중요하겠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큰 틀에서 야당까지 합심하여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일부가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속도감 있게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부터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서 1년 유예조치를 받고 있는 것을 향후에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할 필요도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중 대립 속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이미 기존의 반도체 시장의 질서를 뒤바꾸는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점을 상기하고 새로운 질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대립보다는 협력이 필요할 때이며 이 문제 해결에 대해서 야당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즉,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해득실 셈법이 매우 복잡해지게 될 것이며 당정 뿐만 아니라 여야까지 합심하여 대책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오는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그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기업들의 어려움과 한국 경제에 초래할 악영향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고 적절한 타협안을 만들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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