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초등학교 하나가 폐교한 것이 최근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신문을 펼치면 중국 인구 감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에 중국과 한국이 향후 급속한 노령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민 개방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기존 사회의 체제 유지와 관련된 복잡한 이슈들이 많아 쉽지 않다. 이민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치안유지, 의료보험, 퇴직금 등 정부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오험일금'(五险一金)이라는 사회보험료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오험일금이라는 것은 양로보험(퇴직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실업보험, 생육보험(출산·육아)의 5개 보험과 주택공적금이라는 1개 기금을 통칭하는 용어다.

공적보험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어 익숙하지만, 주택공적금은 약간 생소하다. 월급의 5%, 8%, 12%를 회사에서 보조해 근로자가 집을 사거나 월세를 낼 때 현금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립해 놓는 제도인데 지역마다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과 기업 부담분을 합치면 총급여의 50~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 자체가 정착된지 오래되지 않아 공적기금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회보험요율은 대표적 복지국가인 프랑스, 독일만큼 높지만 사회보험제도가 정식으로 시행된 것이 1990년대 후반부터라 급격한 노령화에 대한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급격한 부담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정부 재정 고갈이 심화되자 산둥성, 장쑤성 등은 최근 사회보험요율을 10~15%씩 인상했다. 재정보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스레 기업들의 인건비 압박으로 직결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은 60년 만에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당장 퇴직자들에게 연금을 줘야 하는 과제가 더 시급해 이런 불만들을 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노령화로 접어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보장, 특히 그 중에서도 의료보험을 어떻게 잘 정착시키느냐다.

먼저 노령화를 경험했던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노령화는 제약·바이오 시장에 호재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지만 일본 케이스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노령화로 의료비와 약제비가 급증했는데, 재정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약가인하 압력이 꾸준히 강화되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약가인하, 쌍벌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1990년대에는 제약사의 20%가 사라지기도 했다. 1990년대 일본 제약사들의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많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도 2006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비용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등재를 허용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2022년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약가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에선 결국 ▲ 대형화에 성공했거나 ▲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약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올인했거나 ▲ 해외수출로 활로를 개척한 제약사만이 살아남았다. 향후 이러한 상황이 재현된다면 제약·바이오 업종 내 빈익빈 부익부는 더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의 2000년대 이후 제약업계 통폐합 사례와 해외 파이프라인 M&A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은 규모는 커지더라도 플레이어가 많아져 경쟁이 심화된다는 점 ▲재정부족으로 인해 약가인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생존을 위해 통폐합으로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플랫폼을 인수해 해외수출까지 도모하는 기업만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일본은 문화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충성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었으나, 노령화가 심화되며 결국에는 업체들의 체질과 시장의 성격까지 크게 바뀌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약가 인하와 연구개발(R&D) 투자비가 증가하는 초기에는 제약 업종이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락)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이후 R&D 성과 가시화로 수출이 증가하거나, M&A와 해외 수출로 개별 기업들의 외형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다시 '리레이팅'(주가수익비율 재평가)의 경로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도 최근 IRA 내에 약가 인하를 유도하는 항목이 다수 포함되었는데, 이에 대비하는 대형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도 노령화로 인해 헬스케어 시장 급변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2018년 6월 의약품 조달 시범사업이라는 '공동구매' 정책을 시행하면서 약가인하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공동구매 입찰이 진행됐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제뿐만 아니라 B형간염, 항암제 등 의약품 가격 전반이 50~70% 가까이 인하됐다.

경쟁입찰 품목으로 선정되면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시장 점유율은 확대되지만, 할인율이 커져 마진이 급감한다. 2018년 이후 대표 제약사인 항서제약 등의 주가가 급락한 이유다. 실제로 중국 대표제약사 중 하나인 항서제약, 복성제약, CSPC그룹 등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1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으나 2018년 약가인하 압력이 시작된 이후로 고점대비 주가가 30~50% 이상 급락했고, 현재 횡보 중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약가인하 압력을 견뎌낼 수 있고, 단가가 높은 신약을 개발할 체력이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노령화라는 문턱을 잘 넘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로 재탄생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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