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비윤 논란에 "실타래같은 갈등 풀어 통합해야"
공천제도 선진화·사무처 슬림화 등 개혁방안 제시
"'투명·공정' 맞춤형 공천으로 내년 총선 승리해야"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를 향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꿔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요소를 척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기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유엔시티넷 본사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선진형 민주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정기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후보 국제위원장, 오세훈 당대표후보 SH전략회의 총괄 및 조직본부 총괄본부장, 윤석열 대통령후보 정치개혁 공약 총괄을 역임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천후 전략가, 정책통, 조직전문가로 통한다. 주 상하이 총영사(13등급 대사) 등을 지낸 바 있는 그는 현재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가 설립한 시티넷(아시아태평양도시네트워크) 사무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김정기 대표는 "김기현 당대표가 20년 경력의 정치인답게 유연성을 발휘해 당내 화합은 물론 유사시 당 밖 통합까지 이룰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면서 "멀리 크게 보면서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 구조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개혁 방안으로 △공천제도 선진화 △당 사무처 조직 슬림화 △여의도연구원의 정책 전략화 역량 강화 △원외 대표제 도입을 통한 당 조직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특히 오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 다수당이 되기 위해선 투명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맞춤형 자객공천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기 대표는 "여소야대 정국 속 윤 대통령이 무력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면서 "집권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는 물론 개혁작업에 필요한 입법도 할 수 없어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내년 총선에선 국민의힘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정기 대표와 일문일답.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무엇이라 분석하는가?

"김기현 대표가 승리한 것은  본인의 투혼도 있었지만,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고,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정 성공을 바라는 당원들이 재집결(realignment)해 표를 몰아주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집권당에서는 대통령이 사실상 당총재다. 기업으로 보면 대통령은 오너 회장이고, 당 대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당총재를 대리한다. 따라서 당대표는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만 윤 대통령이나 그 주변인사들의  정치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되면 쓴소리도 하는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

▶️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이 뜨거웠다. 당내 친윤과 비윤 간 갈등이 격해졌는데, 김기현 대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보는가?

"친윤, 비윤 간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책도 제시해야 한다. 정당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상명하복이 지배하는 검찰 출신이다. 사고가 경직될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온 만큼, 김기현 대표가 20년 경력의 정치인답게 유연성을 발휘해 당내 화합은 물론 유사시에 당 밖 통합까지 이룰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법치는 소찰로도 가능하지만, 정치는 대관할 수 있어야 한다. 멀리 크게 보면서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 김기현 대표가 당대표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대 보수정당은 의사결정 과정 없이, 오로지 당대표 1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당권 남용을 밥멉듯이 해왔다. 윤리위를 정적 숙청의 도구로 만들었고, 최고위를 봉숭아학당으로 만들었다. 여의도연구원을 당대표 개인연구소로 만들고, 공천 계절에는 막장으로 갔다. 공사 구분 정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당의 대표에게 있어 공심보다는 사심이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꿔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요소를 척결해야 한다. 1인 중심 체제가 아닌 시스템 중심 체제가 기반이 되는 선진형 민주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공천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 여태까지 국민의힘은 공천의 계절이 오면 지도부가 뒤로 빠지고, 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해서 기득권 세력을 무차별적으로 차도살인(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했다. 평소 인재를 발굴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평균 수명 1년 전후인 시한부 지도부가 공관위를 내세워 초당헌당규기관으로 군림하며 월권을 행사했다. 지도부의 사적 이익만 극대화하는 시정잡배 수준의 공천 지도를 그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략, 정책, 조직 역량을 동시에 발휘하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고급 인재의 씨가 말라버렸다. 자업자득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이 있고, 투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제도를 확립하는 게 급선무다.

무능하면서 돈만 먹는 하마가 된 당 사무처 조직을 슬림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국민의힘의 주인은 당료가 돼 버렸다. 원래 주인은 당원이다. 선거에 승리한 국회의원과 선거에 패배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이다. 사무처는 이들을 보좌하는 스탭에 불과한데, 관료화된 것도 모자라 비대화 돼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당료들이 청와대와 정부 등으로 빠지면서 현재의 당료들은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 없이 나 홀로 성장해 업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경쟁력 없는 인물들이 고연봉만 챙기니 당 재정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능력 위주로 정예부대화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여의도연구원도 대대적으로 개혁해 정책의 전략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으로 전락한 것은 국민의힘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정책의 전략화를 기대하는 것은 이미 전설이 돼 버렸다. 미국의 헤리티지연구소를 보면 비교 대상이 안 될 만큼 한심한 수준이다. 국고보조금을 전용해서 쓰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제대로 된 연구원은 10명 전후고, 은퇴한 국장급 당료들이 적만 걸어 놓고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받아 가거나, 당 대표 측근들이 득실거리며 기생하는 열악한 구조 아닌가.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당 대표의 도구로 기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원장도 외부에서 초빙해 최소 4년 임기를 보장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한다면 유능한 사람을 초빙할 수 있다. 연구인력이 필요하다면 비례대표 의원들의 4급 보좌관 1명, 총 19명을 박사학위 소지자로 채용해 여의도연구원에 파견하면 된다. 비례대표 의원은 대표성이나 능력보다 연줄을 잘 타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경우가 절대다수고, 당에 대한 기여도도 현격히 떨어진다. 그러나 임기 말이 되면 지역구에 기웃거리는 게 현실인 만큼, 이런 방식으로라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시티넷 본사에서 데일리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 조직 구조와 관련해 조언한다면? 

"원외대표제를 도입해 전국의 당 조직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절대다수의 당협을 원외위원장이 맡고 있다. 이들을 대표하는 원외대표를 세우고,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해야 한다. 활동할 수 있는 사무실과 함께 최소한의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라는 것이다. 위원장들이 본인들 비용으로 당협을 유지하며 평시에는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총선이 다가오면 용도 폐기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정당의 존립 근거는 집권이다. 집권을 위한 선거 전쟁에서 싸우는 야전사령관은 바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다. 절대다수가 국민의힘의 동토가 된 수도권을 사수하고 있는 만큼, 소중한 지도자 자원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들 가운데 우수한 지도자 자원을 발굴해 키우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여의도연구원, 당정책위, 국회상임위 등이 이들의 전문성을 상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주로 영남과 충청권인 국회의원 1개 당협과 수도권 원외위원장 2개 당협을 초미니 형제정당으로 만들어 교류하면서 상호 조직역량을 키우고, 비례의원 1명에 당협위원장 7명을 붙여 일종의 초미니 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상호 정책역량을 키우는 안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 내년 총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실현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사적이익을 배제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요체인 공사 구분의 정신이 지배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의 인사 행태는 전형적인 연고주의(Nepotism)에 입각한 것이다. 잘 알고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신뢰할 순 있겠지만, 공천권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에게 맡기는 게 상책이다. 다시 말해 선거 시장의 주체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고, 나아가 뜨거운 가슴과 실천적 역량을 갖추고 진실로 위민하고 위국하는 사람을 발굴해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 내년 총선을 승리로 끌어내기 위해 김기현 대표가 가져야할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024년 총선 승리는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하기에 달려있다. 우선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국내 경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대박 이슈몰이를 통해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중도층 스웡보터(선거 등 투표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 시장을 정밀타격(Pinpointing Strategy) 한다면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노동 개혁을 통해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기 위해선 늦어도 오는 9월엔 민주노총과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기 위해선 수도권에서 최소한 40석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김기현 대표는 투명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맞춤형 자객공천을 해야 한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이 압승한 이유를 아는가. '선거 도사' 이해찬과 '선거기술자' 양정철이 총선 1년 전부터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수도권을 지역구별로 해부, 맞춤형 자객 공천해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을 차지하는 초유의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2020년 총선 전략을 비교분석해 적용하면 된다. 김기현 대표가 수도권 121개 지역구 가운데 강세-경합과 약세-경합 지역구에 맞춤형 자객공천을 하고, 이들 지역구에 화력을 집중하면 수도권에서 다수당이 되는데 필요한 56석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된다."

▶️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선 입법 등 국회의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가 민주당과의 협치를 어떤 방법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윤 대통령이 무력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집권당이 다수당이 아니면 국정과제는 물론 개혁작업에 필요한 입법을 할 수 없어 사실상 식물정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협치는 필수적이지만, 한국 정치권에서는 협상을 통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정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본인들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고 생각하는 단순 소박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 운동권이 주축인 문재인 정권과 비정통적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출신 운동권이 주력부대인 이재명 지도부가 민주당을 순차적으로 장악하면서 상생의 협치가 실종됐다. 경쟁적(competitive)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협력적(collaborative) 포지티브섬 (positive sum) 협상이 민주정치의 요체다. 국민의힘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의 구성원들이  정치 파트너로서 ABC가 없어 여의도 정치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로서 국민의힘에겐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해 다수당이 되는 길 말곤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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