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선제타격·독도 분쟁·대만해협 군사 충돌 등 한국 안보 위기 맞물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가치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비한 ‘한미일 군사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을 서두른 윤석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강제징용 해법이라는 선물을 일본에 안겼다. 미국이 요구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협력 체계를 갖추자는 구상이다. 그 대가로 미국의 적극적 ‘핵우산’인 ‘확장억제 제공’ 카드를 받아 북핵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방일을 앞둔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자 요미우리신문에 보도된 단독 인터뷰에서 일본의 적 미사일 기지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의미한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3종류의 ‘뇌관’을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日 “반격은 다른 국가 허가 필요없어”
사실상 대북 타격 ‘백지수표’ 준 셈

일본은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이는 ‘창=미국, 방패=일본’이라는 기존 미·일 군사동맹의 개념을 폐기한 셈이다.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타격 능력을 갖춘 미국이 보복한다는 개념 대신 일본이 직접 보복 또는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2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400대를 도입키로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그동안 ‘쉬쉬’했던 토마호크 미사일 구매를 인정하면서 확인됐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무기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먼저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반격을 할 경우 일본이 한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 자위권으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점 타격 차원에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전력을,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지역으로 투사하는 데에는 반드시 우리 정부 승인이 필요하며, 승인 없이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도 우리 영토라는 입장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등 국제사회는 북한을 별도의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남북이 유엔(UN)에 동시 가입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우리 헌법만 앞세워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반격 능력을 이해한다고 손을 들어주기에 앞서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일본의 대북 타격 가능성을 억제하는 해법부터 찾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를 이해한다’고 한 것은 위험천만한 사고를 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일본이 평양을 때릴 수도 있고, 우리도 함께 북을 치겠다는 그런 함의인지, 정말 위험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독도 관련 일본 눈치 보나’ 논란
독도 주변엔 욱일기 건 일본 함정

윤 대통령의 ‘반격 능력 이해’ 발언의 또 다른 뇌관은 독도 문제이다.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문서에는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독도) 영유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국가안보 문서는 두고두고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독도 분쟁과 관련해 일본과의 마찰을 피하고 있다는 시각은 일본에서도 나왔다.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을 둘러싼 관점이다.

지난해 12월 22일 한국 해군과 해경은 정례적인 ‘동해 영토 수호훈련’을 비공개로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 규모에 대해 “과거 훈련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축소 논란이 불거졌다.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고 소규모로 진행한 것이 독도를 의식한 일본 측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언론도 같은 시각에서 이를 보도했다. 훈련 다음날 발행된 ‘교도통신’ 중국어판에는 “한국군 다케시마 방위훈련 실시, 규모 축소 또는 일본 측 고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일본을 의식해 훈련에 항공기가 동원되지 않았고 한국 군대의 독도 상륙 작전도 수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월 22일 한·미·일 해상전력이 독도 인근에서 실시한 미사일 방어훈련도 일본과 관련된 논란으로 얼룩졌다.

문제는 하필이면 일본의 ‘다케시마 날’에 맞춰 훈련이 실시됐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훈련장소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고 표기해 합동참모본부가 표기 수정을 요구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본은 반격 능력 강화를 위해 동해상에서의 군사 훈련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될수록 독도 주변에 욱일기를 건 일본 함정이 자주 출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독도 영유권 분쟁의 강도도 높일 것이다. 국내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한 지점이다.

‘미·일-중’의 군사적 충돌 위험 커
‘한미일’ 동맹 올인한 한국 선택지는?

세 번째 뇌관은 대만해협 인근의 군사적 충돌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은 공고한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에 기반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기본 방향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향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여기에 한국도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일이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 방위성은 2022년 방위백서에 중국을 일본의 최대 위협 국가로 꼽았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영유권 분쟁과 대만해협을 둘러싼 위험 등이 작용했다. 2위는 북한, 3위는 러시아이다. 2021년 방위백서에서는 북한이 최대 위협 국가였다.

중국을 겨냥한 군사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일본 영유의 인근 열도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16일 교도통신은 일본이 대만에서 약 240km 떨어진 난세이 제도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개설하고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12식 지대함 유도탄과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등을 갖춘 미사일 부대이다. 난세이 제도의 경우 요나구니지마에는 항공기와 함정을 감시하는 부대가 이미 있고, 미야코지마와 아마미오시마도 기존의 미사일 부대와 자위대가 주둔했다.

이미 대만해협 주변은 중국과 미·일이 유사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될수록 한국의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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