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워라벨’ 중요도 상승…안전사고 증가 우려도 제기

SK 울산Complex 전경.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울산 공장 근무 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면 전환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 울산Complex 전경.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울산 공장 근무 형태를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면 전환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산업계에 4조2교대 전환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의 4조2교대 열풍이 거세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이미 4조2교대를 운영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도 올해 4조2교대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LG화학은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4조2교대를 운영한다. 석유화학 외에 전자와 철강 등 국내 주요 업계도 4조2교대로 전환했거나 계획 중이다.

다만 4조2교대가 안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길게 일한 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는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직원들은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너무 긴 하루 근무 시간은 업무 집중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그만큼 안전사고 발생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석유화학·전자·철강 등 도입 가속화
“바짝 일하고 길게 쉬자” 공감대 형성

산업계 생산직 현장에서는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4조3교대 근무가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루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대신 휴무일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형태의 4조2교대가 산업계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4조3교대의 경우 일하는 시간대가 계속 바뀌면서 생체 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며 “4조2교대는 근무 시간이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연간 근로 시간은 같고 휴무일은 80일 이상 증가한다는 특징이 있어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4조2교대는 석유화학업계가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24시간 공장 가동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석유화학업계 특성상 하루 기준 4개조가 8시간씩 돌아가면서 4조3교대 근무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3일간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하루를 쉬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일 업무 강도가 세지는 대신 휴일이 늘어나는 4조2교대를 선택하는 추세다.

에쓰오일 울산공장은 2021년 1월 정유업계 최초로 4조2교대를 도입했고,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11월부터 1년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11월부터 4조2교대를 도입했다. GS칼텍스도 6개월간의 시범 운영 후 올해부터 4조2교대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울산공장의 근무 체계를 1962년 창립 이후 61년 만에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1년간 4조2교대를 시범 운영한 결과 구성원 업무 몰입도 향상, 건강 증진, 일과 삶의 균형 확보가 이뤄졌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4조2교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LG화학에 이어 롯데케미칼도 4조2교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4조2교대 근무 방식이 향후 석유화학업계의 대세 근무 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국내 생산직 직원 근무 체계를 기존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개편했다. 현대제철은 새해 들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3월 26일부터 4조2교대 근무에 전격 돌입했다. 포스코는 이미 2011년부터 4조2교대를 시행 중이다.

워라벨 좋지만 당일 업무 강도 부담
업무 집중력 저하로 사고 발생 우려

4조2교대 근무는 업무 강도가 높은 업종에서는 시행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 현장은 아직 4조2교대보다 4조3교대가 절대적으로 많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에는 4조2교대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무 집중도가 요구되는 다른 업종들도 당일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4조2교대의 부작용으로 지적될 수 있는 사례도 나왔다. 오봉역 사망 사고와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코레일에 4조2교대 근무 체계에서 3조2교대로의 환원을 명령했다. 코레일이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4조2교대 근무를 확대하며 인력난이 심해졌고 숙련도 역시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코레일 노사는 2018년 6월 직원들의 근무 체계를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개편키로 하고 2020년 1월부터 운영해왔다. 공교롭게도 이후 철도 사고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철도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철도 사고는 79건으로 전년 64건보다 2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조2교대를 운영하는 대기업과 협력 관계인 중소기업의 A 대표는 “4조2교대의 경우 하루 12시간 이상을 근무하게 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실제로 4조2교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50대 이상 직원들의 경우 장기간 근무에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A 대표는 이어 “그나마 인력 풀이 좋은 대기업은 정상 운영이 가능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4조2교대가 그림의 떡”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에서도 격차가 더 커지게 되면 중소기업은 젊은 직원을 채용하기가 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4조2교대를 젊은 세대가 무조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4조2교대를 도입한 기업에 종사하는 정모(33) 씨는 “주로 20~30대들의 찬성으로 4조2교대가 도입됐지만 자녀 양육 때문에 하루에 긴 시간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직원들도 있고, 젊어도 장시간 근무가 버거울 수 있는 체력이나 신체 조건을 가진 직원들도 분명히 있다”며 “너무 유행처럼 일방통행을 할 것이 아니라 업종 특성과 직원의 업무 형태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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