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 이용한 수수료 인상 재연될까 우려...반발하는 보험설계사는 소속에 따라 입장 달라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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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금융당국이 여러 보험회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이용자 사정에 따라 추천 받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플랫폼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현재 해당 서비스는 보험업 라이센스가 없는 사업자는 영위할 수 없는데, 이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지탄 받았던 빅테크 기업의 새로운 진입로가 열린 셈이다. 이에따라 타다, 로톡, 직방 등에서 불거졌던 기존 업계와의 업무 영역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기존 보험비교 서비스 실적 미미
네이버 등 기존 포털과 연계 부족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화재노조,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등으로 구성된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보노련)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핀테크 기업의 자동차보험 취급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개선 논의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대형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범운영 한 후 지난해 11월 말 제도화 할 예정이었지만,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의 반대로 연기했었다.

하지만 지난 6일 금융위가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플랫폼에서 비교·추천 서비스가 허용되는 상품 유형은 온라인 상품(CM)으로 제한되며 대면 영업이나 전화 설명(TM)이 필요한 상품은 제외했다. 상품의 경우 실손보험(가입자 4000만명·연보험료 13조원), 자동차보험(가입 2500만대·연보험료 21조원), 단기보험(여행자·화재보험), 저축성보험(연금 제외) 등이 대상이다. 상품구조가 복잡한 종신보험, 건강보험, 변액보험 등 비교적 상품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배제됐는데,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점을 고려했다.

현재 방안대로 추진되면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유사 서비스로는 비상업적단체인 손해·생명보험협회가 2015년부터 '보험다모아'를 운영 중이지만 저조한 이용 실적이 꾸준히 지적됐다.

보험다모아의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포털과 연계한 접근성 부족을 지적했다. 보험다모아 출범 당시 구상은 네이버 접속을 통해 포털에서 보험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불발됐다. 다음에서 따로 웹페이지를 마련해 연계하는 서비스도 저조한 이용 실적으로 지난 2018년 중단됐다. 손보사 조사에 따르면 당시 11개 손보사가 보험다모아와 다음 연계로 올린 연간 정산실적이 채 200만원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빅테크 플랫폼의 부당행위 방지 방침
시장 장악력 확보는 미지수

금융당국은 빅테크 플랫폼사가 수수료 부과 방식을 계약서에 기재하고 계약서 외 추가 수수료 및 편익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 행위를 막기위한 조치다. 

현재 당국이 설정한 수수료 한도는 단기보험의 경우 설계사를 통한 대면 모집 수수료 대비 15~33%로 제한했다. 장기보험은 대면 모집수수료 대비 15~20% 이내로, 자동차 보험 수수료는 보험료 대비 4%대로 제한했다.

다만 그동안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지탄을 받아온 빅테크 기업들의 보험서비스 진출에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배달업에 플랫폼이 진입한 후 이용자를 충분히 확보하면 사용료 등을 올렸던 전례가 있어 비슷한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노련은 자동차보험 판매시장에 플랫폼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특혜라는 입장이다. 오상훈 보험영업인노동조합 공동의장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영세한 보험영업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핀테크 대기업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보험업에 뛰어든 대형 핀테크 기업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어서 플랫폼 대기업이 진출해도 시장 장악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보험업 허가를 받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그해 2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도 821억원으로 전년보다 220억원 줄어들었다. 연간 신계약실적은 60건, 가입금액이 총 2억원에 그쳤고, 손해율은 2033%에 달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단순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특정 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기능으로 이어지는 탓에 업계에서는 플랫폼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톡의 경우 변호사협회, 직방의 경우 공인중개사협회 등 직능단체가 단합해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차단한 바 있다.

다만 보험업의 경우 보험설계사의 소속에 따라 핀테크의 진입에 대한 입장이 갈려 이전과 같은 집단 반발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보험영업은 특정 보험사에 소속돼 자사 상품만 취급하는 전속설계사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다루는 대리점(GA) 설계사로 나뉘는데, 기존에도 핀테크 기업과 연계해 영업해온 GA나 중소보험사는 플랫폼에 비교적 거부감이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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