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생산공장 이슈 등 불안 요인 산재

지난 3월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 100여 명이 모여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3월 2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인근 아파트 입주민 100여 명이 모여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물류 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차량 출고 지연 등 여러 악재로 인해 실적 하락을 겪은 것이다. 그러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를 시작으로 물류와 원자재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올해 1분기에는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완성차 생산 정상화로 타이어 공급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고부가 가치 제품군 개발과 투자를 늘리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다만 공교롭게도 국내 타이어 3사 모두 내부 문제로 인한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만에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든 타이어업계가 '속앓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맏형 한국타이어, 호감도 꼴찌
오너 구속·공장화재 등 악재 여파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실적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이어 3사 중 1분기에 가장 의미 있는 실적을 기록한 곳은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이상 증가한 998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배 이상 증가한 546억원에 달한다. 순이익도 지난해 60억원 적자에서 올해 17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조 1040억원, 영업이익 1909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5%, 51.5% 늘어난 수치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6396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62억원, 115억원으로 모두 흑자 전환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업계는 팬데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상운임 폭등,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고 최근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타이어업계의 실적 성장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타이어 3사가 크고 작은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타이어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오너 리스크와 생산공장 화재 등으로 소비자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4월 9일~5월 9일 타이어 브랜드 평판 분석을 실시한 결과 ‘5월 타이어 브랜드 평판’ 순위는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한국타이어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타이어업계 1위가 평판 3위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최근 한국타이어의 호감도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일단 조현범 회장의 검찰 수사가 반복되고 있다. 조 회장은 대표 지위에 있던 2019년에도 협력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이사로 복귀했지만 3년 4개월 만에 계열사 부당지원과 배임·횡령 혐의로 또 구속됐다.

게다가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화재로 생산을 중단했던 대전공장의 재가동 시기를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상용차 타이어를 생산하던 2공장은 화재로 공장 내 시설이 전소해 철거를 앞둔 상태고 승용차 타이어를 생산해왔던 1공장도 안전 문제로 가동을 멈췄다.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답보상태
넥센타이어, 체코공장 재무 부담 

한국타이어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내부 문제도 하반기 실적 성장세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금호타이어는 생산 시설 관련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생산량 절반을 차지하는 광주공장 이전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1974년 설립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설비 노후화에 직면한 상태”라며 “가동률 저하 등 생산 시설로 계속 사용하기에는 곤란한 문제들을 겪고 있어 2019년 광주시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공장 이전을 논의 중이지만 부지 용도변경 문제를 두고 4년 째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2021년부터 광주공장을 함평 빛그린산단으로 옮기기로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전 부지 계약 보증금을 납부했지만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초에는 광주공장 부지 인수 및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미래에셋증권 콘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넥센타이어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지난해 말 넥센타이어의 재무 건전성 약화를 고려해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0’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체코 공장이 아직까지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넥센타이어 체코법인은 2020년 588억원 순손실을 낸 뒤 2021년 순이익 30억원, 지난해 순이익 132억원을 기록하면서 순항하다 올해 1분기 다시 순손실 35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체코 공장의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까지 체코 공장 1단계 증설을 완료했으나 현지 생산 능력이 크지 않아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의 매출 대부분을 국내와 중국 공장에서 수출해 충당했다. 결국 해상운임비 상승에 따라 경쟁사 대비 수익성이 낮아진 상태다. 올해 연말까지 체코 공장 2단계 증설이 마무리되고 공장 가동률이 높아질 때까지 넥센타이어 전체 실적에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체코 공장 2단계 증설 투자가 지속될 올해까지는 넥센타이어의 재무 부담 확대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공장 신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확대된 재무 부담을 단시일 내 유의미한 수준으로 축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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