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세일 해설로 ‘바흐 커피칸타타’ 연주
​​​​​​​바일·거슈윈·브리튼의 현대 작품도 선보여

매일클래식 두 번째 무대인 ‘커피 하우스와 카바레’가 오는 6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사진은 김화림 예술감독(왼쪽)과 테너 김세일. ⓒ롯데콘서트홀 제공
매일클래식 두 번째 무대인 ‘커피 하우스와 카바레’가 오는 6월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사진은 김화림 예술감독(왼쪽)과 테너 김세일. ⓒ롯데콘서트홀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롯데콘서트홀이 커피향으로 가득 찬다. 올해 네 차례에 걸쳐 롯데콘서트홀이 선보이고 있는 매일클래식의 주제는 ‘시간과 공간’이다. 이는 시공을 초월해 널리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을 다양한 콘셉트로 아우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를 찾아서’라는 동명의 음악극을 선보인 첫 번째 공연에 이어 6월 15일(목) 열리는 매일클래식 두 번째 무대의 주제는 ‘커피 하우스와 카바레’다.

17세기 유럽. 교회나 극장에서 연주되던 음악과는 달리, 왕궁이나 귀족들의 사교 현장에서 연주된 실내악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세속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커피가 대유행 하던 18세기 유럽,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 치머만 카페에서 바흐의 ‘커피칸타타’가 초연됐다.

또한 19세기말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카바레는 예술을 통해 사회상을 비판하는 풍자의 공간으로 존재했다. 훗날 카바레는 시공간을 초월해 성행하면서, 자유로운 소통과 표현의 통로이자 공연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처럼 19세기 프랑스의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모임 장소에서 음악, 댄스, 드라마를 포함하는 작은 공연으로 시작된 카바레는 당대를 포함해 그 이후에도 많은 작곡가 및 극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매일클래식이 열리는 롯데콘서트홀은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 하우스와 카바레로 변모한다. 우선 공연의 제목 그대로 바흐의 ‘커피칸타타’를 연주한다.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 ‘Cantare(노래하다)’가 어원으로 규모가 작은 관현악 반주에 해설(레치타티보)과 아리아로 구성된 장르다. 바흐는 총 200곡이 넘는 칸타타를 작곡했는데 내용에 따라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성서를 바탕으로 작곡된 종교 칸타타는 당시 교회에서 성경 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음악을 통해 신앙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연주됐다. 이에 비해 세속 칸타타는 서민의 접근이 어려운 오페라와 달리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나 시대를 풍자하는 내용들로 구성해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커피칸타타’는 세속 칸타타에 해당하며 바흐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제는 ‘조용히! 말하지 말고…’지만 작품 배경이 커피에 관한 에피소드로 구성돼있어 일명 ‘커피칸타타’로 불린다. 1734년부터 5년에 걸쳐 작곡된 이 작품은 바흐의 연주활동과 문화교류의 중심이 되었던 치머만 카페에서 그가 이끌었던 콜레지움 무지쿰의 공개 연주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17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가정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금기사항이었다. 이후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면서 유럽에서는 식민지에서 들여온 영국산 커피를 마시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로 인해 많은 커피하우스들이 생겨나면서 카페는 예술가들이 다양한 예술적 담론을 펼치는 장소가 됐다.

시내 여러 커피하우스들 역시 커피와 담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며 사교장 역할을 하다 보니 커피하우스에서 소규모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커피가 대유행하며 커피의 성분 및 원료에 대한 많은 사회적 논란도 일어나게 됐고, 바흐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칸타타를 통해 커피에 대한 그 시대의 반응을 음악적으로 풍자해 표현했다.

당시 바흐 시대에는 여성의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된 탓에 ‘커피칸타타’의 소프라노 아리아는 남성 가수가 가성으로 불러 더욱 희극적이면서도 풍자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 곡은 소프라노(딸 리첸·Lieschen: ‘신은 완벽하다’는 뜻), 테너(해설), 베이스(아버지 쉬렌드리안·Schlendrian: ‘구식, 보수’의 뜻) 솔로로 구성되는데, 고루하고 보수적인 성격의 구세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딸을 통해 세대 간의 차이를 대비시키고 있다.

아버지의 보수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바소 콘티누오의 반주에 악센트를 주고 있으며, 딸의 아리아에서는 현란한 플루트의 장식음을 통해 커피향이 올라가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테너 김세일이 해설을 맡고 소프라노 임소정이 딸 리첸역을, 바리톤 조규희가 아버지 역을 맡아 흥미와 재치 가득한 칸타타를 선보인다.

‘커피칸타타’ 외에도 성악과 바로크, 모던 앙상블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음악들을 다채롭게 선보이며 19세기 벨 에포크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한다.

바흐의 작품 외에 20세기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조명속의 베를린’, 조지 거슈윈의 ‘거슈윈의 칵테일’(편곡 마시마 토시오), 벤저민 브리튼의 ‘카바레 노래’ 중 ‘칼립소’ 등 근현대 예술가들이 참여한 여정을 따라 수백년 역사 속에서 변모해온 사회상과 생생한 음악의 현장을 무대 위에 재현한다.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공연 종료 후 관객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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