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외국인 대량매수에 힘입어 2580선을 넘어선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외국인 대량매수에 힘입어 2580선을 넘어선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어두웠던 한국 증시에도 드디어 볕이 들 전망이다. 그동안 주가를 압박하던 경제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 업종이 한 단계 도약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할 전망이다.

과거에도 코스피가 반등할 때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은 주도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돌면서 주가 회복 기대감이 강해지고 있다.

우선 글로벌 경기 회복의 암초였던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잠정 타결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8월,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간 부채한도 협상 지연으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의해 사상 최초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전례가 있다(AAA→AA+).

당시 시장은 처음 겪는 이슈에 대한 두려움에 급락했다. 이번에도 시장은 과거의 반복 여부를 크게 고민했지만 다행히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신용평가사 조치가 나오기 전에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추후 급락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협상과 관련해 부채한도 유예를 2025년 초까지 적용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결과는 주식시장에 매우 우호적이다. 이유는 향후 2년간 부채한도 유예기간을 확보해 2024년 미국 대선 전후로 해당 이슈가 증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이 2024년에 전개된다면 부채한도 문제가 증시 내 큰 소음으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연결되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우려가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은 안도의 숨을 낼 수 있게 됐다.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 내 소수 강경파들이 지도부의 합의안에 반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황상 합의에 반발하는 소수보다 미국 경제의 안정적 회복과 성장을 원하는 다수의원들이 이번에 공개된 부채한도 합의안에 찬성표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언급한 채무 이행 예상일인(X-date) 6월 5일(현지시간) 전에 유의미한 결과 도출이 예상된다. 결국 미국 부채한도 불확실성은 더 이상 시장에 충격을 주는 악재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고물가-저성장' 국면에 위치한 한국 경제가 느리게 나마 회복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의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 발표치보다 0.2%포인트 낮은 1.4%로 제시하는 등 경제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추후 IT 경기 부진 완화와 중국 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경제가 서서히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금은 3.5%로 전망하고 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개선 가능성을 예상하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다. 주식시장은 항상 좋은 부분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특성이 있기에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은 주가에 나쁘지 않은 결과를 유도하는 재료가 될 전망이다.

때마침 미국 경제가 아닌 기업 분야에서 낭보가 들려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바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엔비디아 뉴스다. 원래 엔비디아는 게임과 영상 분야에서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러나 오픈AI의 챗 GPT 공개와 AI 분야의 핵심 부품인 GPU의 역할 부상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는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주가로도 확인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메모리얼데이 연휴 전인 5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대비 166.5% 상승한 389.46달러를 기록 중이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AI 산업의 확장성을 감안하면 주당 500달러와 시가총액 1조달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엔비디아 강세는 한국의 여러 산업 중 IT 업계에 가장 좋은 뉴스다. 이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보유한 이수페타시스는 5월 넷째 주에만 3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엔비디아 GPU와 함께 AI 기술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양사가 최근 들어 외국인 순매수와 함께 52주 신고가를 매일 써내려 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또한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와 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세를 보인다면 코스피도 자연스레 상승할 수 있다. 이를 미루어보면 한국 코스피가 2600포인트를 다시 탈환하는 날도 조만간 도래할 것이다.

이상을 요약하면 그동안 경제를 압박하던 불확실성은 대부분 해소되고 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은 악재로써 영향력을 잃었고, 한국 경제도 느리지만 회복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AI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산업이 저성장을 극복하는 고도의 효율성을 가져올 전망이다. 산업의 진화 과정에서 한국 IT, 특히 반도체 기업도 기술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아직 반도체 가격 반등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향후 12개월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에서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 반도체를 안 볼 이유는 더 이상 없다.

새롭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는 곧 시장의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반도체 업종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기대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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