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빈티지 퍼포먼스+발랄‧재치의 만남
원곡보다 키 낮춰 노래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상쇄
브루노 마스, 기타 솔로까지 선사
기타/베이스/드럼/키보드/색소폰/트럼펫/트롬본/백보컬 함께
각종 현장 안전 강화도 눈길
17~18일 관객 수 10만1000명
마테우스 아사토는 오지 않아

수만의 관객이 스마트폰의 라이트를 켜 브루노 마스와 하나가 되고 있다. [사진=조성진]
수만의 관객이 스마트폰의 라이트를 켜 브루노 마스와 하나가 되고 있다.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소문난 잔치엔 볼 것도 많았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일환으로 17() 오후 8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보며 든 생각이다.

브루노 마스 콘서트는 202210이태원 참사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공연일 뿐 아니라 공연 당일 잠실종합운동장엔 프로야구 경기에 아이돌 공연까지 겹친 상태라 일찍부터 교통대란과 안전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공연 전의 현장 분위기를 보고 싶어 3시 무렵 잠실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지하철 종합운동장역부터 공연장(주경기장)까지 걸어가는 와중에, 도로에 그린과 오렌지 등 여러 색깔의 라인이 표시된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엔 이게 뭔지 잘 몰랐는데, 티켓 상단에 그린 라인이 있는 프레스를 받으며 이유를 알게 됐다. 그린(PR), 오렌지(SA), 블루옐로(그라운드석) 4개의 컬러 라인을 표시해, 입장 게이트를 용이하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관객이 소지하고 있는 티켓이 S(오렌지)이면 도로에 있는 오렌지 라인을 따라 가면 되는 방식이다. 수만 명의 관객이 일시에 몰릴 때의 혼란을 대비하기 위한 안전 강화의 일환으로 보였다.

지하철역부터 주경기장까지 도보로 몇 분은 걸리는 긴 거리를 이처럼 컬러 라인으로 길게 표시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현장 내 안전요원 배치 수도 가히 역대급이었다. 그간 수십여 년 기자 생활을 하며 전 세계의 크고 작은 많은 공연장을 돌아다녔지만, 요소요소 이렇게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해 놓은 건 처음인 것 같다. 현장에 일찍 도착해 요소요소를 돌아봤는데 각 통로는 물론 그 외 주변까지 콘서트 시작 한참 전부터 많은 안전요원이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조성진
사진=조성진

공연이 끝난 9시 반 전후로 관객들이 우르르 빠져나왔는데 출구 길목마다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관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조심히 걸어가 주세요” “걷다가 정지하지 마시고 계속 걸어가 주세요등을 외치며.

여기서 끝나지 않고 경기장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가는 와중에도 약 10~20m마다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안전을 당부하고 있었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안전요원이 배치돼 안전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 무엇보다 현장 안전에 얼마나 많이 신경 썼나 알 수 있게 하는 풍경들이었다.

오후 4시까지 공연장 인근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4시가 조금 넘으며 관객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고 일부는 공연장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카드 관계자에 의하면 브루노 마스의 17~18일 내한 공연 관객 수는 101000명이다. 하루 5만 명 규모인 만큼 이 많은 인원이 공연장으로 들어가 자신의 자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5시부터 공연장 입장이 시작됐다.

사진제공=현대카드
사진제공=현대카드

브루노 마스 공연은 정확히 8시부터 무대가 열리며 시작됐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이미 준비돼 있는, 세계 최고 보컬/아티스트는 절대 관객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 법.

82분에 브루노 마스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초반부터 공연 열기를 이토록 뜨겁게 하는 브루노 마스는 과연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뮤지션/퍼포먼서였다.

70년대 빈티지 안무 퍼포먼스가 연상되는 무대 연출로 브루노 마스는 90분 동안 달리고 또 달렸다.

브루노 마스 특유의 진성+허스키 발성이 불을 뿜는 와중에도 그는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로서도 한몫했다. 브루노 마스 발성 관련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23425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참조.

사진제공=현대카드
사진제공=현대카드

브루노 마스는 피드백을 길게 이어지게 하며(이런 게 라이브의 매력) 기타 솔로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로선 흔치 않게 빠른 솔로 애들립까지 구사했는데, 기타 연습도 꽤 많이 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물론 고음으로 끌어 올릴 때 왼손 벤딩의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846분경 브루노 마스는 대표 히트곡 ‘Marry You’를 불렀는데, 국내 최대 규모의 무대에서 이 곡을 접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런데 시작부터 조금 다른 느낌으로 들렸다. 처음엔 거대한 스케일의 야외 공연에서 흔히 보이는 음향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니 원곡보다 살짝 키를 낮춰 부르는 듯했다. 공연 후반 ‘Just The Way You Are’도 그렇게 들렸다. 혹시나 해서 기사를 쓰기 전 브루노 마스의 그간 해외 공연 영상들을 찾아 모니터링했다. 그런데 이미 그는 20대 시절의 대표 히트곡들을 몇 년 전부터 키를 약간 낮춰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당대의 보컬은 살짝 키를 낮추는 대신 에너지 뿜뿜락킹한 분위기로 곡을 진행하며 오히려 더욱 공연을 분위기업 시켜갔다. 진짜 프로페셔널의 근성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아름답고도 맛있고 멋있는 허스키 보이스에 천의무봉 리듬까지 함께 하니 더 뭐가 필요하단 말인가.

사진제공=현대카드
사진제공=현대카드

풋워크를 통한 춤 실력도 여전했다. 발목에도 리듬이 붙어 다닌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는 리드믹그 자체였다. 멤버끼리 돌아가며 유머러스한 무대를 연출하는 것도 보는 내내 즐거움 중 하나였다.

브루노 마스는 서툰 한국말로 보고 싶어요”, “재미있어요?”라고 하며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했다.

잠실에 운집한 수만의 관객은 사진처럼 스마트폰의 라이트를 켜 하나가 됐다. 몇 년 전 U2 내한 때 공연장에서 볼 수 있던 바로 그 장면이기도 하다.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은 브루노 마스의 보컬/기타 외에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백보컬 등 8개 섹션이 함께 했다. 명 기타리스트 마테우스 아사토가 함께 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건반과 드럼 멤버 솔로 타임도 있었고 브루노 마스도 건반에 앉아 차분하게 노래하는 시간도 가졌다.

3시반 무렵 공연장 인근은 한산한 편이었다.
3시반 무렵 공연장 인근은 한산한 편이었다.
오후 4시 무렵부터 공연장 앞으로 관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진=조성진]
오후 4시 무렵부터 공연장 앞으로 관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진=조성진]
사진=조성진
사진=조성진

90분이란 러닝타임은 영화 한 편을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도 90분 동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90분은 잠깐이라도 지루함을 줄 수 있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브루노 마스의 90분은 마법의 시간이었다. 뇌에서 지루함이란 감각을 멈추게 만드는.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브루노 마스 내한공연은 공연장 밖(현장 안전)과 안(무대)이 혼연일치된 잘 설계된그레이트 콘서트였다. 아마도 당분간 이 공연을 능가할 콘서트가 나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17일에 이어 오늘(18) 공연도 브루노 마스란 마법의 시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된다.

 

[브루노 마스 17일 공연 리스트]

24K Magic

Finesse

Treasure

Billionaire (Travie McCoy cover)

Calling All My Lovelies

That's What I Like

Versace on the Floor

Marry You

Runaway Baby

When I Was Your Man

Locked Out of Heaven

Just The Way You Are

Encore:Uptown Funk (Mark Ronson cover)

사진제공=현대카드
사진제공=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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